[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지형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5.11.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가장 시급한 일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노사정 논의 주체 모두가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 즉 경사노위가 '완전한 회의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경사노위를 완전한 회의체로 재건하기 위한 일이라면 제가 삼고초려(三顧草廬)나 그 이상도 마다하지 않을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15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지형 위원장의 첫 일성은 '완전한 회의체'였다. 26년째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난 9월 민주노총을 포함한 '완전체'로 출범한 국회 사회적 대화와 병행하며 경사노위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지 주목되고 있다.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 출범으로 경사노위 무용론…김지형 위원장, 정면돌파 택해

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적으로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며 2018년에는 경사노위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경사노위법도 제정됐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는 있지만, 노동현안을 논의하는 법적 지위를 가진 사회적대화 기구는 경사노위가 유일하다.
하지만 경사노위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유일한 노동계 참여자인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잠정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회판 사회적 대화 기구가 9월 새로 발족했다. 여기에는 1999년 탈퇴를 선언한 뒤 26년째 경사노위에 불참 중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참여했다.
그동안은 경사노위에서 논의하고 합의된 의제를 국회에서 의결하는 수순이었다면, 국회에 사회적 대화 기구가 가동되면 의제 논의 뒤 곧바로 법제화까지 가능해진다. 경사노위 무용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위원장의 취임사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경사노위의 역할을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가 합의한 결과를 존중해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서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위원장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확인하겠다"며 "사회적 대화의 작동 방식에 대한 'K-모델'을 개발해나가야 하고 경사노위가 그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열의를 드러냈다.
국회는 '현안' 경사노위는 '중장기' 이슈로 투트랙?…민주노총은 "복귀 계획 없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지형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05. jhope@newsis.com


우려와 달리 경사노위는 당장 기능 축소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한 데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경사노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장 등을 맡아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을 조정해온 이력을 감안하면, 경사노위의 갈등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정년연장 방안이나 장시간 노동 해결을 위한 주4.5일제 논의 등 당면 현안을 원포인트로 다루고, 경사노위는 저출생·고령화나 산업전환, 플랫폼·프리랜서 종사자의 권리 보장 방안 등 보다 구조적이고 중장기적 과제를 맡는 방식의 '투트랙' 운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장관 역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사노위는 (정년연장 등) 당면과제보다는 권리 밖 노동, 비임금노동자들, 사용자 없는 노동자의 출현 등 우리 사회 근본과제에 대한 의제 설정 기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우선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노사를 만나 회의체 복원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는 5일 취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연내에 회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어떤 고초가 있더라도 그렇게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주체든 필요하다면 같이 논의하자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며 "제가 충분히 발품을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 결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회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를 두고도 내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사노위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정부와 신뢰관계가 형성된 다음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경사노위 구조나 운영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고, 국회 기구가 어떻게 되는지를 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을 만난다. 취임 후 의례적인 상견례 자리라는 설명이지만, 경사노위 재개를 위한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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