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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7-06
조회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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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기관사 김성관 씨. 박병국 기자
‘철커덩, 저축은행 예금금리 철커덩….’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가 아침을 달렸다. 칠흑같은 터널을 지나 빛이 쏟아지는 지상 구간을 만나고, 다시 어둠 속으로 열차는 들어갔다. 지난해 기준 2호선이 하루에 나른 승객 수만 196만명이었다. 헤럴드경제는 2호선의 한 열차 운전실에 올라 기관사 김성관(55) 씨의 아침 근무를 함께했다. 최근 한 기관사가 지하철 내 방화가 대형 참사로 번 중국신용평가사 지는 것을 막은 것이 계기가 됐다. 기관사의 임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승객 안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오전 8시21분께 신도림역. 내선순환 2082호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했다. 김씨가 교대할 열차다. 열차가 정차하자 30대 후반의 젊은 기관사가 새벽 일을 마치고 운전실을 나왔다. “수고했다.” 젊은 기관사의 등을 두드리며 김씨가 이것좀 운적석에 들어섰다. 이제 김씨는 승강장에 오른 순간부터 3000명이 넘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됐다.
운전석에 앉은 김씨가 뒷쪽 운전실의 차장과 교신하며 승조확인을 했다. “○○아. 잘 들리나. (잘 들립니다). 오케이 수고.”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2인 승무제로 운영된다. 기관사와 차장은 한 팀이다. 열차 맨 앞 운전실에는 국민은행 서민대출 기관사가, 맨 뒤 운전실에는 차장이 탄다. 차장은 열차 문을 여닫는 역할을 한다. 서울 지하철 5~9호선은 1인 승무제로 운영된다.
▶“승하차 승객 안전에 가장 많은 에너지 쏟아”=운전석에 앉은 김씨의 침묵이 한동안 무거웠다. 왼쪽 모니터와 운전실 밖 폐쇄회로(CC)TV를 번갈아 주시했기 때문이다.
“승하차 확인. 출발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진행. 닫힘. 출발.” 지적확인을 한 김씨가 녹색 불이 켜진 두 개의 출발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열차는 칠흑 같은 터널을 밝히며 다음 행선지인 문래역으로 미끄러져 갔다. 지적확인은 손가락으로 지적하며 구호를 입으로 외는 것이다. 승객 안전을 위해서다. 기관사의 업무는 승객 안전 확인에 집중된다.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은 (승객이) 승하차 할 때입니다. 기관사 에너지의 대부분을 쓴다고 할 수 있어요. 모니터로 승하차 상황과 끼임 상황을 다 살펴야 합니다. 순식간에 해야 되는 일입니다.”
열차가 출발하자 긴장이 풀리고, 운전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1.5평 규모의 공간의 운전실은 각종 제동장치와 모니터로 가득 차 있었다. 플랫폼을 비추는 모니터도 보였다. 김씨는 이 모니터로 승하차 시 승객의 안전을 확인했다. 비상시에는 객실 화면으로 바뀌기도 한다. 각 객실에 있는 2대의 CCTV와 연결된다.
운전석 오른편의 모니터는 2호선 노선도와 현재시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씨는 이 화면과 운전석 앞에놓인 ‘2호선 열차운전시각표’을 매번 확인하며, 열차 운전시간을 체크했다.
열차가 문래역에 닿았다. 열차가 멈춰서자 김씨는 우측에 있는 전광판을 살폈다. ‘양호’라는 표시가 떴다. 승하차 위치에 정확히 정차했다는 뜻이다. “양호 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차를 수동으로 움직여야 해요. 승하차 위치에 맞춰야 되거든요.”
기관사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주의력을 흐트릴 수 있는 모든 행위는 금지된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전화 사용이다. 운행시간에는 ‘승무원 지킴이 앱’이 가동돼 다른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차단된다. 전화도 비상시에만 사용 가능하다. 이때에도 관제실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음주 측정과 간이 건강검사는 매일 한다. 승무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승무사무소 운영부장이 그 일을 맡는다. 전날 술을 마셔 알코올이 남아 있을 경우, 운전실에 오를 수 없다.
열차는 달려 지상 구간인 당산역으로 미끄러져 갔다. 운전실이 순식간에 빛으로 가득찼다. ‘철커덩. 철커덩….’ 당산 철교 너머 한강이 보였다. 김씨의 표정이 달라졌다. “계속 지하에 있으면 답답하잖아요. 지상으로 오면 시야가 트이면서 청량감이 느껴져요.”
군자차량사업소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를 배경으로 김성관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승객들 보며 힘 얻는 경우도”=김씨는 30년을 2호선과 함께했다. 1995년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뒤 13년은 차장으로 2호선 열차 맨 뒤 운전실에 탔다. 그리고 올해까지 17년 동안 기관사로서 맨 앞에서 열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38만6000㎞ 무사고 운전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관사를 하고 싶었어요. 아버지 친구 분이 철도 관련 일을 해서,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낭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경계열 쪽을 전공했는데 결국 꿈을 따라서 기관사가 됐습니다. 자긍심을 가질만한 직업입니다.”
충북 영동 출신인 김씨는 2호선을 따라 서울에 정착했다. 기관사 아버지를 둔 덕에 김씨 가족은 특별한 추억을 공유한다. 자부심도 상당하다.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학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학교에 와서 아이들에게 기관사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거였어요. 강의 후에 딸이 ‘아빠, 애들이 대하는게 그 전이랑 달라졌어’라고 했어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죠. 딸들이 아빠가 모는 열차 출발 시간을 묻고, 가끔 객실에 타기도 한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다. 차장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차장이, 기관사와 가까운 곳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기관사가 출동한다. 관제실에서 119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승객이 직접 신고를 하기도 한다. 김씨도 간질로 객실에서 쓰러진 환자를 돌보느라 열차 운행이 지연된 적이 있다. 규정상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차는 출발하지 못한다.
김씨는 승객을 보고 힘을 얻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딸들에게 새벽 5시30분 신도림역에서 출발하는 첫차를 한번 타보라고 해요. 대림역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전율이 느껴져요. 그 긴 플랫폼이 사람들로 꽉 차요. 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승객 안전 위해 생리 현상 해결도 제한적”=선망하던 일이었지만 일이 고될 때도 많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 스트레스도 크다. 지금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며 줄었지만, 과거에는 열차에 뛰어들어 사망한 사람 시신을 기관사가 함께 수습했다. 열차가 지연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기관사도 꽤 있다. 일부 기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열차는 달려 구의역에 다다르고 있었다. 김씨는 승강장 한 켠을 가리켰다. 기관사 전용 화장실이다. 기관사는 마음대로 화장실을 가지 못한다. 운전실을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운전실 벽면에는 간이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다만 이를 사용하는 기관사는 많지 않다.
“민감한 직원의 경우, 생리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운행하기 전 식사를 거르기도 해요. 열차를 타기전에 몸을 다 비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호선에는 구의역과 신대방역 두곳의 승강장에 기관사 전용 화장실이 있다. 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도 관제실의 허락이 필요하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4년 전의 일이었다. 대림역 철로에서 불이 났을 때였다. 화재 수습으로 철로에 있다가,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전방주시를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한 순간이었어요. 대림역 진입 전에 철로에 사람이 보였어요. 경적을 울리고, 열차를 세웠어요. 피하던 그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잠시였지만, 저는 아직도 그 사람 얼굴을 확인할 수 있어요.”
오전 9시 51분께. “신도림역 진입. 정차 양호. 출입문 열림. 승하차 확인.” 김씨와 이런 저런 애기를 하는 동안 2082호 열차는 어느새 서울을 한 바퀴 돌았다. 43개의 역을 지날 때마다 외쳤던 지적확인은 업무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열차는 김씨가 처음 출발했던 신도림역에 진입하고 있었다. 출발한 지 1시간 반만이었다. 열차는 마지막 종착지인 성수역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1분께. “우리 열차의 마지막 역인 성수역입니다.” 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전 업무가 끝나가고 있었다. 승객들의 하차를 확인한 김씨는 마스콘 키를 뽑아들었다. 마스콘 키는 차량 시동을 걸때 필요한 열쇠다. “이제 바꿔탑니다.” 김씨가 텅빈 객실을 가로질러 열차 반대편 운전실로 향했다.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잠을 자느라 하차를 놓친 승객은 없었다. 열차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승객이 흘리고 간 지갑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씨와 함께 반대편 운전실에 올라탔다. 이 열차는 안전점검을 위해 군자차량사업소로 향해야 한다. 마스콘 키를 꽂자 시동이 걸린다. 김씨는 열차를 몰고 군자차량사업소로 향했다.
성수역을 출발한 열차가 군자차량사업소에 도착하고 있었다. 군자차량사업소 안으로 들어온 열차는 천천히 차고지로 향했다. “열차 움직입니다. 열차 움직입니다.” 김씨는 서행을 할 때마다 “열차 움직입니다”를 외쳤다. 차량 점검요원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차고지에 정차한 시간은 10시 41분께. 김씨의 오전 업무가 마무리됐다. 김씨는 이제 4시간을 쉰 뒤 오후에 다시 열차에 오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딸들에게 ‘아빠는 퇴직할 때까지 무사고로 운전을 했어’ 이 말을 전할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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