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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7-06
조회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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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 권위자…하정우 AI수석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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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이 한국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AI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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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임 중인 장 원장은 AI 머신러닝(ML)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2019년 AIIS 초대 원장에 부임한 뒤 AI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참여 성심수녀회 해 AI와 과학기술 분야 자문을 맡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임명된 하정우 초대 AI미래기획수석도 그의 제자로, 학부 시절부터 지도교수를 맡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등 인연이 깊다. 그런 만큼 AI를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1순위로 내건 새 정부의 행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장 원장을 만나 국내 AI 산업의 현실과 과제, 전망과 제 전세자금대출문의 언 등을 들어봤다.
Q : 어딜 가나 AI가 화두다. A : “사실 AI 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에도 미국에서 AI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내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2학번인데 석사 후 해외 유학길에 오를 때 너도나도 AI를 전공할 정도였다. 그러다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1995년엔 ‘그거 휴대폰 요금 할인 공부해서 어디에 쓰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사그라들었다. AI 개념은 1950년대 등장했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그걸 뒷받침할 기술이 없었던 거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진 ‘AI의 겨울’이라고 불렸을 정도다.”
Q : AI 세상이 됐다지만 체감도는 그에 못 미친다는 세간의 반응도 적잖다. A : “아직까진 ‘무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동안 AI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닫힌 세계’ 안에서만 존재했다. AI는 쉽게 말해 사람처럼 지각하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계다. 2016년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지각력을 갖춘 ‘판단형 AI’였다. 이후 챗GPT 등 사고력을 갖춘 ‘생성형 AI’에 이어 산업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행동형 AI’까지 등장했지만 여전히 모니터 안에서 데이터나 텍스트를 학습한 정도다. 반면 세상 밖으로 나와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조만간 본격화하면 일반 시민들도 일상에서 AI의 실체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Q : 미·중 기술 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과연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A : “오픈AI처럼 거대언어모델(LLM)을 만드는 방식을 통해 AI 강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AI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이제 막 시작인 분야도 있다. 앞서 말한 피지컬 AI가 대표적인데, 아직은 모든 나라가 초기 단계다. 현재 AI는 1990년대 초반 인터넷 전환기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요즘 주목받는 오픈AI도 인터넷 시대 초기 구글과 유사한 모습이다. 그런데 아직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는 나오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지난 5월 서울대 AI 연구원(AIIS)에서 한 대학원생이 AI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AIIS]
장 원장은 그러면서 ‘K-AI 시대’를 언급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챗GPT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인 게 놀랍지 않나. 한 나라에 이렇게 발전된 IT 인프라를 갖춘 곳도 없다. 게다가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산업도 갖추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인력과 예산은 뒤처질지 몰라도 우리가 잘하는 걸 최대한 활용한다면 최근 전 세계를 휩쓰는 ‘K팝’처럼 ‘K-AI’도 충분히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
Q :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A : “소버린 AI가 말하는 주권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자칫 국수주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주권이라고 해서 정치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AI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분야를 찾겠다는 개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K팝을 세계화했듯 우리의 장점을 살려 AI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갖자는 의미다.” 장 원장은 올해 초 서울대병원이 설립한 ‘헬스케어 AI 연구원’을 예로 들었다. “국내 대형병원처럼 전문적이면서도 집약적인 데이터를 많이 쌓아 놓은 의료기관이 해외엔 드물다. 여기에 AI를 접목해 진단 정확성을 높이고 환자 맞춤형 진료를 강화하면 또 하나의 AI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강점인 물류센터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공장 등 우리가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에서도 우리만의 ‘버티컬 AI’ 모델을 발전시킬 수 있을 거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지 않나. 소버린 AI의 실현은 우리 기업을 더욱 글로벌화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 새 정부가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데 대해 학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A : “소버린 AI는 ‘한국판 챗GPT’를 만들자는 게 아니다. 그건 이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30~40년간 축적한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해 주도권을 잡은 분야다. 여기에 시간과 예산을 낭비할 이유는 없다. 대신 새로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자는 거다. AI는 결국 누가 얼마나 더 빨리,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최대 관건인 만큼 의료·문화·식품 콘텐트 등 우리가 강점을 지닌 고유 영역을 데이터화해서 AI에 적극 활용하자는 얘기다. 버티컬 AI가 대표적이고, 피지컬 AI 분야도 우리가 얼마든지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서 미래의 주도권을 갖는 것, 이게 새로운 소버린 AI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강점 분야 주도권 갖는 게 ‘소버린 AI’
AI 로봇들을 살펴보고 있는 장병탁 원장. [중앙포토]
지난달 20일엔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 출범식이 열렸다. 이곳엔 GPU 6만 장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산업 현장 방문으로 이날 출범식을 찾아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며 AI 3대 강국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Q : 당장 시급한 과제도 산적해 있을 텐데. A : “일단 GPU를 최대한 확보하고 봐야 한다. AI가 워낙 방대한 분야라 개별 연구소가 감당하긴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전기나 물을 끌어다 쓰듯 AI 컴퓨터를 곳곳에 만들고 가까운 곳에서 끌어다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통신망을 빠르게 구축하면서 IT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지 않았나. ‘AI 고속도로’라고 표현하는 것도 AI 전용망을 넓고 촘촘하게 깔아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을 통해 각종 산업과도 유기적으로 연계할 때 진짜 효과가 나타난다. 의료·금융 등의 영역에서 데이터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손볼 필요도 있다.”
Q : AI 생태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A : “10년 전부터 국내 AI 분야의 글로벌 유니콘을 20개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AI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초기 투자만 잘 되면 1~2년 만에도 금방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전통적인 스타트업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 오픈AI와 협력해 로봇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급부상한 미국 스타트업 ‘피지컬 인텔리전스’가 그런 경우로, 매출이 없음에도 초창기 4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기존 스타트업처럼 두드리고 또 두드려 본 뒤 신중하게 투자하는데, AI 스타트업을 이렇게 키우다간 글로벌 기술 발전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장 원장은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자본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미국 스타게이트 단일 프로젝트 규모만 70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우리 정부가 밝힌 1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AI 산업에서 자본과 기술이 전부는 아니라는 게 장 원장의 지론이다. 그는 “AI의 발달은 앞으로 노동력과 일자리, 나아가 인구 문제와도 직결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미증유의 충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만큼 단지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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