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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200주년을 맞은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최근 4억 파운드(약 7620억원)를 민간에서 모금해 1900년 이후 현대 및 동시대 미술 작품을 소장·전시할 새 건물을 짓기로 했다.
하드웨어뿐이 아니다. 영국 국민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꾸리고, 파트너십도 강화했다. 최근 LG전자와의 협약을 발표한 데 이어, 프리즈 런던이 열린 지난 10월에는 대대적인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하이라이트는 미술관이 문을 닫은 시간, 동시대 예술가들이 직접 나서 명작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설한 ‘뜻밖의 시선(Unexpec 새마을금고자영업자 ted View)’.
8명의 예술가들이 8점의 명작 앞에서 큐레이터와 짝을 지어 10분씩 진행하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내셔널갤러리가 매월 일반인을 대상으로 여는 상설 프로그램이지만, 10월 프리즈 런던이 열리는 기간 단 1회, 대대적인 비공개 행사로 진행한다.?
미술관이 문 닫은 시간, 내셔널갤러리가 초청한 배당금 계산 800명의 사람들과 함께, 뛰었다.?
Unexpected View 2025 at the National Gallery (c) Andy Carver
SCENE #1. 미술사 명작 앞…예술가들과 ‘10분’ 스피드 데이 직장인대출조건 트!
프리즈 런던의 공식 개막 이틀째인 지난 10월 16일. 런던 내셔널 갤러리의 입장객이 모두 빠져나간 뒤 저녁 7시 무렵부터 주 출입구에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미술관이 1년에 단 하루, 미술관의 최대 후원자와 아티스트들만 초대하는 ‘뜻밖의 시선(Unexpected View)’ 프로그램이 열리면서다. 약 800명 펀드닥터 의 사전 등록자가 밀물처럼 입장하며 공식 리셉션장인 '줄리아&한스 라우징 룸'이 북적였다. 이 방은 2014년부터 내셔널 갤러리에 대규모 기부금을 후원해온 줄리아&한스 라우징 기금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한스 라우징은 전 세계 포장 용기의 혁신을 가져온 '테트라팩'의 상속자이기도 하다.) 이 재단은 최근 내셔널 갤러리의 새 미술관 건립을 위해 1 아파트매매잔금대출서류 억5000만 파운드(약 2900억원)를 기부했다.?
Unexpected View 2025에서 시라제 하우시어리(Shirazeh Houshiary)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이 1630년대에 그린 '명상하는 성 프란체스코 (Saint Francis in Meditation)'를 함께 감상하고 있다. National Gallery (c) Andy Carver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를 아우르는 미술사의 기념비적 회화 2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내셔널 갤러리는 20세기와 21세기 회화로 영역을 넓힌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이날 행사는 영국의 대표 미술관이 앞으로의 200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았다.
Unexpected View 2025는 10분씩 토크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다음 프로그램이 열리는 방으로 하는 관람객들. (c) Bora Kim
행사 직전까지 이날 세부 프로그램은 비공개였다. 입장과 동시에 받은 안내문에는 8개의 방을 표시한 지도와 시간표가 빼곡히 인쇄돼 있었다. 7시 15분부터 8시 25분까지 10분 단위로 세션별 3~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티스트와 큐레이터가 짝을 이뤄 ‘토크쇼’ 형식으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같은 세션이 2회차씩 열리기 때문에, 한 그림 앞에 몰리는 사람은 최대 200~300명. 모든 세션을 다 듣기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세션을 3~4개 고른 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다니엘 헤르만 내셔널 갤러리 아르달란 큐레이터는 “오늘을 제대로 즐기려면 세션 사이 5분 동안 얼마나 빠르게 다음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SCENE #2. 밀레의 '만종', 미켈란젤로의 '그리스도의 매장'?
밀레의 ‘만종’, 미켈란젤로의 ‘매장’, 터너의 ‘비, 증기, 그리고 스피드’,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등 미술관의 대표 명작 8점을 두고 자신만의 감상과 해석을 나눌 예술가는 총 8명. 시오반 데이비스(런던현대무용단 공동 창립자), 리처드 디콘(추상 조각가), 에스 데블린(무대 디자인과 설치 예술가), 시라제 후시아리(이란 출신의 영국인 조각가), 마이클 랜디(현대 미술가), 그레이슨 페리(현대 미술가), 밍웡(싱가포르 출신의 현대 예술가), 양혜규(한국 출신의 현대 예술가) 등이 스피커로 나섰다.?
Unexpected View 2025 at the National Gallery (c) Andy Carver
내셔널갤러리 모던& 컨템퍼러리 부문 등 큐레이터들은 예술가와 짝을 지어 수 개월을 토론하고, 공부했다고. 이 과정에서 서로 알지 못했던 예술가의 기법, 작가만의 개인적인 관점과 현대미술과의 연계성 등을 도출해냈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뜻밖의' 해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머와 재치로 무장한 아티스트들의 설명을 들은 관람객들은 공식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도 텅 빈 방에 남아 그림을 한참 다시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한 관람객은 "1년 내내 사람들로 북적이는 내셔널갤러리여서 이렇게 한가로이 작품을 깊이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아티스트의 시각이 덧대어져 그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SCENE #3. 터너의 그림 속 '토끼'가 보이나요??
평소 듣기 어려웠던 아티스트의 내면 이야기와 사적 감상을 듣는 흔치 않은 기회에 수백 명의 관람객은 이 방 저 방을 분주하게 옮겨 다녔다. 가장 많은 박수가 쏟아진 건 에스 데블린과 터너의 만남. 터너의 증기기차 그림 앞에 선 에스 데블린은 “아주 가까이서 보면 이 그림 안엔 토끼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며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시속 60마일(96km)의 기차 속도를 체험하기 위해 터너는 9분간 창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비를 온몸으로 맞았는데, 선로 옆 작은 토끼는 이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화가가 숨겨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터너의 그림을 선택한 에스 데블린. (c)Bora Kim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나는 기찻길밖에 없는 런던 외곽 작은 마을에서 자랐는데, 학교가 끝나면 값싼 당일 왕복 티켓을 끊어 내셔널 갤러리로 향해 이 그림들 앞에 서곤 했다”고 회고했다. 지금도 그때도, 이 모든 그림은 그저 놀랍기만 한 빛의 흔적으로 다가온다고. 터너는 이 그림을 1845년 완성하고 6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데블린은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로 빛을 포착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발견했다”며 “앞으로 이 그림은 전혀 다르게 읽힐 것”이라고 했다.
Unexpected View 2025에서 그레이슨 페리가 윌리엄 호가스의 '모던한 결혼(Marriage A-la-Mode)' 연작 앞에서 큐레이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ational Gallery (c) Andy Carver
그레이슨 페리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클레어’의 복장으로 나타나 윌리엄 호가스가 1743년에서 1745년 사이에 그린 6점의 그림 ‘모던한 결혼’ 앞에 섰다. 그는 “호가스의 그래픽 기술을 존경하는데, 스토리텔링과 관찰력 그리고 유머 감각에 놀랐다”며 “이 프로그램은 미술사의 스피드 데이트 같다”고 전했다.
Unexpected View 2025에서 양혜규 작가가 한스 홀바인 더 영거의 1532년 작품 ‘대사들’을 두고 이야기 하고 있다. National Gallery (c) Andy Carver
양혜규 작가는 한스 홀바인 더 영거의 1532년 작품 ‘대사들’에 등장하는 숨은 십자가와 두개골 사이 죽음과의 연관성을 언급했다. 그는 “최신 해시계와 나침반 등 당시의 상징적이고 새로운 오브제가 많이 등장하는데, 나 역시 작품 속에 이 시대의 기술에 의지하고 있다”며 “뒤틀린 해골과 지도는 혼란과 어둠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유추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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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내셔널갤러리가 '뜻밖의 시선'을 만든 이유-다니엘 헤르만 아르달란 큐레이터 인터뷰?
Daniel Herrmann, Curator of Special Projects, photographed in Annenberg Court.
“작품, 그리고 예술가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셔널갤러리에서 모던&컨템퍼러리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다니엘 헤르만 아르달란 큐레이터는 지난 달 아르떼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매년 10월이면 런던은 프리즈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정작 미술사의 명작과 미래의 명작을 창작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관점은 배제돼 있어 'Unexpected View(뜻밖의 시선)'을 통해 이를 전환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내셔널갤러리의 소장품은 약 2500여 점. 소장품의 숫자로만 보면 유럽의 다른 박물관, 미술관의 그것에 못 미치지만 태초에서 지금까지 '회화의 핵심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차별화된다. 200주년을 맞이한 내셔널갤러리는 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을까.?
“내셔널갤러리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왕실이나 귀족의 컬렉션에서 시작한 미술관도 아니고, 교회로부터 출발하지도 않았죠. 처음부터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을 표방하며 의회가 나서서 만든 컬렉션입니다. 영국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의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가장 중요한 미술관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영국 예술가 마이클 랜디와 다니엘 헤르만이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토크를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ational Gallery (c) Ben Fisher
내셔널갤러리는의 연간 방문객 수는 약 470만 명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600만 명)보다 줄었지만, 트라팔가 광장 앞은 1년 내내 내셔널갤러리 입장객들로 붐빈다. 이 중 외국인은 약 55%, 영국 국적의 방문객은 45%. 헤르만 큐레이터는 최근 모던&컨템퍼러리 컬렉션을 강화한다고 밝히며 동시에 '패널 시티즌'도 모집했다. 영국 전역에 있는 국민들을 미술관의 위원회로 운영해 이들의 의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큐레이터들은 이 그림들 속에 살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잠깐 들르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은 다르죠. 이들의 시선으로 본 그림의 이면, 그 안의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는 매월 정규 프로그램으로 소규모의 '뜻밖의 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매년 10월 프리즈 기간에 맞춰 8명의 작가, 8명의 큐레이터, 약 800명의 관람객을 초청하는 메인 행사를 열고 있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예술가들도 포함돼 있다.? 런던=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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