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돈곤 ?청양군수
[충청투데이 윤양수 국장] "청양, 농어촌 기본소득의 새로운 기준 세우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의미와 지방소멸을 막는 청양군의 해법, 돌봄·복지·경제가 순환하는 청양형 모델, 대한민국 농촌의 새 실험이 된다. 청양군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은 준비된 리더십과 뜨거운 행정의 진심이 만들어낸 기적에 가깝다. 짧은 공모 일정 속에서도 김돈곤 군수는 단 한순간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직접 기획안을 검토하고 발표자료 한 줄 한 줄을 손수 다듬으며 청양의 철학과 정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청양은 이미 기본소득을 운영할 준비가 된 군입니다" 그가 발표 현장에서 내뱉은 이 한마디에는 지난 세월 청양을 바꿔온 수많은 밤의
이자폭탄 고민과 믿음이 녹아 있었다. 공무원들은 유난히 길었던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밤샘 회의에 매달렸다. 누구는 피곤함 대신 사명감을, 누구는 청양의 미래를 떠올리며 기꺼이 야근을 선택했다. 그 헌신의 시간들이 쌓여 마침내 충남 유일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민선 8기 들어 다져온 복지·경제·공동체 통합 정책은 이제 '청양형 기본소득
현대카드 '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이 됐다. 준비된 행정, 실천하는 리더십, 그리고 참여하는 군민.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며 청양은 작지만 가장 뜨겁게 혁신 하는 군으로 거듭났다. 이번 특집은 그 뚝심과 따뜻함이 어떻게 청양의 내일을 바꾸고 있는 지를 기록하려 한다. 정책의 힘은 결국 사람의 믿음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 사실을 청양이 다시 증명하고 있다. <편집자주>
화폐환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최종선정 됐다. 소감은.
저는 이번 결과를 '행정이 만든 기적'이라기보다 '군민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청양은 이번 공모를 통해 전국 어느 군보다 높은 참여율과 준비도를 보여줬다.
9월 초부터 시작한 범군민 서명운동에는 1만명이 넘는 군민이 참여했다. 읍·면사무소, 학
퇴직금 지급기준 교, 마을회관마다 서명부가 놓였고 젊은층은 QR코드로 온라인 서명에 참여했다.
이건 행정이 시켜서가 아니라 '청양이 달라져야 한다'는 군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그 힘이 있었기에 청양은 도전할 수 있었고 결국 해낼 수 있었다. 저는 이번 사업 선정이 단순한 정책 수주가 아니라 '청양이 스스로 미래를 선택한 사건'이라고 본다.
보험설계 -준비기간이 짧았는데, 어떻게 이런 완성도를 낼 수 있었나.
사실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하지만 청양은 이미 민선 8기에서 기반을 닦아 놓고 있었다. 그게 바로 '다(多)-돌봄 체계'와 '스마트(SMART) 범군민 운동'이다.
다-돌봄 체계는 아이 돌봄, 노인 돌봄, 농촌생활지원까지 세대별 돌봄 기능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엮은 복지 시스템이고 스마트 운동은 군민이 직접 참여하는 생활개선 실천운동이다. 이 두 가지는 청양이 지난 3년간 꾸준히 구축해온 시스템이다. 이번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이 체계 위에 놓였다. 그래서 청양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돌봄-참여-소비-복지-경제 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모델로 제시할 수 있었다. 정부 평가단이 "청양은 시범 사업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청양형 기본소득 모델'의 핵심은 무엇인가.
핵심은 '사람 중심의 순환경제'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개인에게 돈을 나눠주는 제도가 아니다. 그 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해야 가치가 있다. 청양에서는 지급된 기본소득이 청양사랑카드로 제공된다. 그 카드는 읍·면 곳곳의 상점, 농산물 판매장, 사회적기업, 복지시설에서 사용된다. 그 소비가 지역의 소상공인과 농업인에게 수익으로 돌아가고 그 수익이 다시 고용과 복지로 이어진다. 즉 돈이 사람을 살리고 사람이 지역을 살리는 구조다. 청양은 기본소득을 통해 이런 선순환의 혈류를 만들고자 한다.
-'부르면 달려가유'라는 생활서비스형 모델이 눈에 띈다.
그건 청양의 특화 아이디어다. '부르면 달려가유'는 지역 내 소상공인, 자활기업, 사회적경제조직이 협력해 군민에게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고령 주민이 수도 수리를 요청하면 주민심부름꾼이 달려가 수리하고 결제는 기본소득으로 이뤄진다. 누군가는 서비스를 받고 다른 누군가는 일자리를 얻는 구조다. 이 모델을 통해 청양은 기본소득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돌봄과 일자리로 연결되는 생활경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정부 평가단도 "청양만의 생활형 경제모델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예산 규모와 운영 방식은 어떻게 되나
이번 시범사업은 2년간 약 740억원 규모다. 그중 648억원이 직접 지원금, 나머지는 행정비용과 연계사업 예산으로 구성된다. 기본소득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며 군민 3만명이 대상이다. 청양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87％ 이상의 상점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된다. 또한 사업의 투명성과 지속성을 위해 '청양군 기본소득위원회'를 설치해 주민 대표와 전문가, 상공인, 청년층이 함께 예산 집행과 성과 평가를 맡게 된다. 이건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군민이 운영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추진 과정에서 행정의 부담도 상당했을 텐데.
맞다. 추석 연휴에도 쉬지 못했다. 기획감사실을 중심으로 TF팀을 가동해 신청서 보완, 사업계획서 점검, 예산 검증을 반복했다. 하루에도 회의를 네다섯 번씩 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다시 한 번 '준비된 조직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양군 공직자들은 단순히 지시를 이행하는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생각하는 행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결과 청양군은 평가단으로부터 '현실성·실행력·주민참여' 세 항목 모두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충남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을 결정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당연히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군민의 절박함이 행정보다 컸다. 충남도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청양은 자체 재원 확보 계획을 제시하며 '독자적 추진'을 선택했다. 저는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청양은 이미 준비된 군이었고 행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 일은 '작은 군이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계기였다.
-이번 사업을 통해 청양은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
가장 큰 변화는 '삶의 안정과 지역의 자존감 회복'이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청년층은 정착할 기반을 얻고 고령층은 생활비 걱정을 덜게 된다. 소상공인은 매출이 늘고 지역 내 소비가 확대된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인구 감소율은 완화되고 유소년 비율이 상승하며 지역경제는 자생력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인구감소율을 -1.69％에서 -1％ 이하로 낮추고 유소년 인구 비율을 6％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고령화 비율을 42％에서 41％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그 과정에서 '청양에 살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이게 진짜 변화다.
특히 이번 사업 계획에는 향후 도비가 일부 지원될 경우 매년 약 36억원, 2년간 총 72억원을 지역 성장정책 지속을 위한 '기본소득 활성화 기금'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군민 1인당 15만원의 기본소득 지급 외에 1만원 상당의 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군민이 직접 기금 형성에 참여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 기금은 사업 종료 후에도 지역 내 기본소득 및 돌봄사업, 공동체 활성화, 지역화폐 순환 지원 등 다양한 실증사업에 활용되어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으로 쓰일 예정이다. 요약하면 청양군의 1만원 기금 조성은 단순한 재정 보완이 아니라 군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체형 기본소득 지속기금'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즉 기본소득을 받는 복지에서 함께 만드는 제도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와함께 기본소득 지역화폐의 소비 쏠림을 막기 위해 일부 업종 사용 상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유소, 대형 편의점, SSM(대형마트형 슈퍼마켓) 등 특정 업종에서의 사용 금액을 전체 지급액의 30~50％ 이내로 제한하도록 설정했다. 이 조치는 지역 내 자금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전통시장·소상공인 중심의 지역경제 순환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했다.
청양=윤양수 기자 root585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