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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함영님성
날짜 : 25-11-06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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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인 ㄱ(40)씨는 필리핀 산타리타에서 만난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2023년 10월 계절근로자(E-8) 비자를 발급받았다. 농산물 가공 업무를 하게 될 줄 알았던 ㄱ씨는 전남 완도로 떠나기 직전에야 ‘어업’ 비자를 발급받았다고 통보받았다. 졸지에 미역 공장에서 일하게 된 뒤에도 ㄱ씨 뜻과 무관한 일들이 일어났다. 사업주는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ㄱ씨를 일하게 했다. 비자 발급을 도왔던 한국인들은 ‘악 부산현대스위스저축은행 질 브로커’였다. 입국 전에는 계절근로 프로그램으로 한국어 강의를 들어야 한다며, 입국 뒤에는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ㄱ씨에게서 돈을 뜯어갔다. 근거 없는 갈취였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협박도 뒤따랐다. 결국 올 6월 ‘인신매매 등 피해자 확인서’를 발급받은 ㄱ씨는 브로커들을 고소하고 완도군을 상대로 국가배상 책임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창업지원센터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4일 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1명의 외국인이 ‘인신매매 등 피해자에 대한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2023년 3명이었던 피해자는 이듬해 12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만 집계해도 16명에 달했다. 사람을 사고파는 행위만 인신매매로 보는 형법과 달리, 2023년 세금체납 1월부터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은 사람을 착취할 목적으로 모집·운송·인계하는 행위도 인신매매로 규정한다. 이 법에 따라 ‘인신매매 확인서’를 발급받은 피해자는 취업·법률·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14명은 계절근로자였다. 계절근로는 일손이 부족한 농어촌에서 농번기에 최대 8개월간 외국인 노동자 정자제공 를 고용하는 제도로, 2017년 본격 도입된 뒤 주무기관 없이 법무부 지침과 기초자치단체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운영돼왔다. 특히 외국 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자체가 인력 부족으로 계절근로자 선정·송출 과정을 사설업체에 위임하면서 브로커가 잇속을 챙기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졌다. 인신매매 피해를 본 계절근로자들은 여 농지담보대출 권을 빼앗기고, 일터를 본인 뜻과 상관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는 점에서 국외의 한국인 인신매매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1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했던 필리핀인 2명이 임금 일부를 중개수수료와 숙소비 명목으로 갈취하고, 여권까지 빼앗았다며 현지 브로커 홍아무개씨를 전남경찰청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피해자를 대리했던 이소아 변호사(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는 “피해자 1명은 고소를 취소하고, 무혐의 처분 뒤 나머지 1명도 본국으로 돌아가 더이상 구제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필리핀 계절근로자 91명이 중간 브로커가 임금 12억원을 빼돌렸다며 집단 진정서를 내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브로커가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필리핀의 15개 지역 당국은 4일(현지시각) 계절근로자의 한국 송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 7월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출입국관리법·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지자체가 아닌 전문기관이 계절근로자의 입국·체류 등을 지원하고, 국가와 지자체·전문기관을 제외하고는 계절근로자의 선발·채용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법 시행을 두달 앞두고도 ‘전문기관’의 운용방안은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임미애 의원은 “외국인 계절근로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함께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전문기관을 지정할 때 브로커의 공식 개입 루트로 활용되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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