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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함영님성
날짜 : 25-10-31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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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뼈만 앙상한 내 몸은 해골과 같아,/ 살은 빠지고 힘줄은 늘어지고 근육은 물러나고 바싹 마른 몸에/ 죽음의 화살은 가차 없이 날아와 박혔네.”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함, 신체의 기민함이 아니라, 계획과 권위, 현명한 성숙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노년은 이러한 자질들이 사라지기는커녕, 도리어 그 반대로 가장 풍부하게 갖추어지는 시기다.”
앞의 인용은 16세기 프랑스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의 ‘마지막 시’의 한 대목이고, 뒤엣것은 고대 로마의 확인서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쓴 ‘노년에 관하여’에서 따온 말이다. 두 인용문은 노년을 대하는 상반된 태도를 보여준다. 롱사르가 노년의 육체적 쇠약을 깎아내리는 반면, 키케로는 그에 맞세울 정신적 성숙을 떠받든다. 박홍규 교수는 새로 낸 책 ‘노년이란 무엇인가’에서 이 두가지 태도를 모두 마다하고 새로운, 제3의 노년관을 제시한다. 자유로운 노인들이 자연 프로그램순매수 에 맞추어 자치하는, ‘3자의 노년관’이라 할 법한 생각이 그것이다. 박 교수는 동서양의 역사서와 철학서, 문학작품을 보기 삼아 노년에 관한 사유를 검토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노년관을 향해 나아간다.
키케로의 책은 2천년이 넘는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노년에 관한 인류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박 교수는 키케로의 노년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 담론이 다른 많은 이들의 글과 마찬가지로 “늙고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공소한 것”일 뿐이라고 본다. 키케로는 흔히 전제정에 맞서 공화정을 지지한 인물로 높이 평가받지만, 그가 추구한 공화정이란 “민중의 실질적 정치 참여를 봉쇄하는 엘리트 집단지도 체제인 원로원 중심의 공화정”이었다고 박 교수는 바로잡는다. 가난한 민중을 ‘근성이 더러운 평민들’ ‘먼지를 취업자기소개서 뒤집어쓴, 더러운 도시의 인간쓰레기들’이라 묘사했던 그는 “가난한 민중의 요구는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깨트리는 선동적 행위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롱사르의 시에서 보이는 늙음에 대한 폄훼와 청춘 예찬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유구하고 보편적이다. “청춘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다. (…) 나이는 비참하고 죽음으로 더럽혀졌다. 없애버려라!”( 고정금리 변동금리 에우리피데스, ‘헤라클레스’), “만병은 다 고칠 수 있어도/ 늙음을 고칠 약은 없구나.”(백거이, ‘탄로삼수’), “오 분노여, 오 절망이여! 오 늙음이라는 적이여!/ 이런 치욕을 당하려고 이토록 오래 살았단 말인가?”(피에르 코르네유, ‘르 시드’) 같은 문학작품 속 구절들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늙음에도 나름의 보람과 의미가 있으며, 그것은 키케로가 대표하는 권력 지향적 엘리트주의와는 결이 다른 것이라고 박 교수는 주장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노년관을 구현한 이들로 박 교수는 도연명과 정약용, 톨스토이, 헤밍웨이 등을 든다. 도연명은 가난한 시골 출신 사대부로 29살에 처음 벼슬했으나 13년간 네번이나 그만두었고 다섯번째에는 석달 만에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마지막 20년을 살았다. 관리에서 농부로의 존재 전이 선언이라 할 ‘귀거래사’에서 도연명은 “세상과 내가 서로 가는 길 다르니/ 어찌 다시 벼슬길 구하겠는가?”라며 자립과 자존의 뜻을 드러냈고, ‘도화원시’에서는 “서로 도와 농사짓고” “가을엔 오곡이 익어도 세금이 없”는 아나키 유토피아를 그린다.
정약용은 70살에 쓴 것으로 짐작되는 연작시 ‘노인일쾌사’(노인의 한가지 유쾌한 일)에서 “노년에 대한 통념에 과감히 도전”하며 특히 “(당시) 지식인들의 사대주의적인 학문을 칠십에 벗어나게 되었다고 기뻐”한다. 대머리에 이가 빠지고 눈과 귀가 어두워지는 등을 ‘유쾌한 일’이라 노래한 데 이어 “조선 사람인지라/ 즐거이 조선 시를 짓는다”고 자부하는 대목에서는 “전통이나 관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비타협의 참된 지식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평가한다. 만년에 교회와 국가를 비판하고 농부들의 삶을 동경했던 톨스토이, ‘노인과 바다’와 같은 작품에서 원시적 노동과 상호부조, 자연에 대한 생태주의적 태도를 고취했던 헤밍웨이를 두고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진다.
책의 말미에서 문정희, 박완서, 김훈 등의 시와 소설에 그려진 현대 한국의 노년 모습을 일별한 박 교수는 “노년 사회보장의 확립을 전제로 한 노년의 창조성 앙양을” 주창한다. 그가 생각하는 창조성의 핵심에 있는 것이 농업이다. “노인들이 도시의 공원이나 지하철에 죽치고 앉아 있거나 폐지를 주워 판다고 짐차를 끌고 다니지 말고, 시골에서 농사짓고 책 읽으며 여가를 즐기는” 것이 ‘노인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방법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 자신 1999년부터 사반세기 남짓 자급자족을 위한 유기 농사를 짓고 있는 이의, 경험에 바탕을 둔 실천론이다.
요절한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그림 ‘라 베키아’(1502~1508). 주름진 노파의 소매에서 삐져나온 종이 조각에는 ‘콜 템포’(시간)라고 쓰여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노년이란 무엇인가 l 박홍규 지음, 들녘, 1만9200원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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