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머리가 장년(長年)층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정년연장 논의는 종종 세대갈등으로 이어진다. 일 기획특가 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누군가의 일자리를 지켜주면 누군가는 그 자리에 들어갈 기회를 잃게 된다.
저성장·일자리 부족 등의 현실 속 이런 제로섬 현상은 더 뚜렷해진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와 청년은 모두 을(乙)이다. 고령자 일자리 정책이 세대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개인대부업자 .
━ 2016년 60세 정년 의무화 시행…사회적 진통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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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법정 정년을 따로 정하지 집합명사의종류 않고 기업이 취업규칙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19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이다.
2013년 국회는 이 19조 조항을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보호된운영체제파일 손질하며 60세 정년을 의무화했다.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의 경우 2016년부터 적용됐으며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7년부터 시행됐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설정한 기업은 59.7%였다. 300인 이상 기업 중 정년이 55세인 기업(31.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통장자동대출 . 정년을 5년이나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사용자측의 반발은 당연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나이와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성을 띄고 있어 정년의 연장은 곧 기업 입장에서 비용 증가를 의미했다.
고령자고용법 개정 당시 정년연장을 할 경우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활성화했지만 이는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2022년 대법원은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는 부당하다고 판결하기도했다.
━ 정년 늘렸더니 청년 고용 감소…대기업일수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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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으로 인한 고령 고용 1명 증가에 따른 청년 고용 변화/그래픽=이지혜
정년연장을 둘러싼 갈등은 세대간에도 벌어진다. 복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년연장은 실제 청년 일자리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9년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12만6584개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 1000인 미만 사업장 기준 정년연장으로 1명의 고령(55~60세) 고용이 증가할 때 청년(15~29세)의 고용은 평균 0.24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 고용 감소 효과는 사업체가 클수록 더 뚜렷했다.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감소가 거의 없었지만 100~499인 사업장에서는 0.19명, 500~999인 사업장에서는 0.26명의 감소 효과가 있었다.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고령 고용 1명이 늘어날 때마다 청년 고용 1명이 감소했다.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김유빈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년 연장 후 7년 경과 시점에 청년(15~34세) 고용이 11.6%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개최한 고령자 고용 활성화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세대 간 고용 상생 방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서도 정년연장에 따른 청년 고용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23~27세)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1명(0.4~1.5명)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 "계속고용, 정년폐지 등 다양한 대안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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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연공형 임금체계가 공통적으로 지목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 근로여건이 좋은 노동시장과 안 좋은 노동시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복지 등 근무환경이 좋고 임금이 높으며 노조가 있어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자리가 있는 반면 임금이 낮거나 처우가 좋지 않아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도 있다. 대체로 대기업일수록 전자에 가깝고 중소기업일수록 후자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정년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22%뿐이며 이마저 대부분은 대기업에 해당한다. 정년연장의 혜택이 대기업 등 일부 일자리에만 돌아간 것이다.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 효과가 대기업일수록 더 크게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기업의 비용 감축 유인을 높인다. 신입사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 근로자의 고용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은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 변화와 노인 빈곤 등의 사회적 문제를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정년연장의 방향으로 가야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중간 단계로 계속고용(정년퇴직 후 재고용)의 안착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이수영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특임교수는 "연공성 임금제도를 갖고 있던 일본, 싱가포르는 주로 재고용 제도를 통해 고용을 연장했다"며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할 때 정년연장 한 형태로만 고용을 연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재고용, 정년폐지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