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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일자리 예산 역대 최대 26兆… 거꾸로 가는 정부 대책
'미세먼지 측정 전문가' 고용 의무화하고 기업에 채용 요구
'바다지킴이' 등 단기 알바 만들고, 노인일자리 13만개 늘려
정부는 내년에도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알바' '초단기 일자리'를 쏟아낼 작정이다. 한 술 더 떠서 '규제를 통해 부수적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라는 일자리 대책까지 내놓았다. 환경 관련 각종 측정이나 감시를 의무화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3일 이 같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했다. 일자리위원회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 창의적 일자리 대책을 마련했다"고 자평했지만, 전문가들은 "상식과 거꾸로 가는 황당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 교수는 "일자리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일자리를 늘리려면 규제를 풀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게 상식인데, 거꾸로 규제를 만든다는 것은 본말전도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25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지만 이런 식의 일자리로는 고용 확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대통령직속 기구인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고교 무상교육, 대학 국가 장학금, 사립대 입학금 폐지 등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련 없는 정책들을 늘어놓거나 유망 산업 인재 양성 등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발표한 대책도 대동소이하다는 평이다.
◇일자리 만들려고 규제 신설하겠다는 정부
일자리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의 일자리 대책을 상정해 의결했다. 환경부는 "2022년까지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보고하면서 '통합 환경 허가제도' '미세 먼지 측정 전문가 고용 의무화' 등 규제 시행에 의해 민간 기업이 고용해야 하는 인원을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로 집계했다.
내년부터 수질·대기·폐기물 등 분산 관리하던 배출 시설 인허가 체계를 통합해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기업들이 통합환경관리인을 고용하게 될 것으로 봤다. 또 미세 먼지 배출량 측정 업체에서 측정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함으로써 양질의 전문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업계에서는 "규제가 부담스럽고, 추가 인력을 고용할 유인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내년 고용 대책도 '일회성 단기 일자리'
내년 일자리 예산은 올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25조7697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실업자에게 구직급여를 지원하는 '실업소득 유지·지원 사업'으로 10조원을 넘어선다. 직접 일자리를 만들 예산은 2조9241억원으로 올해보다 40% 넘게 늘어났다. '취로사업'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는 노인 일자리를 올해보다 13만개 늘어난 74만개 만드는 등 일회성 단기 일자리에 들어가는 돈이 급격히 늘었다.
일자리위원회에 보고된 내용은 내년에 1000명을 고용하겠다는 '바다환경지킴이', 당장 올해 1000명을 채용한다는 '미세 먼지 감시단' 등 대부분 단기 일자리였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소속 한 환경 전문가는 "농촌에서 쓰레기를 몰래 태우거나 공장 지역에서 몰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업자를 단속할 인력이 필요하지만, (민간인) 감시단이 어떤 활동을 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은퇴자를 고용했을 때 제대로 된 단속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각종 일자리 위원회만 늘어나는 정부
일자리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정책도 기존 제도를 재탕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내년부터 '고용 위기 선제 대응 패키지' 공모 사업을 신설해 고용 위기를 겪는 지자체에 최대 5년간 연 최대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고용부는 조선업 위기 등으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는 군산·창원 등 7개 지역을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해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이 사업의 확장판인 셈이다.
이와 함께 노사 대표, 전문가, 정부가 모여 고용 정책을 논의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 '지역고용전문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미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지역노사민정협의회' 등 다양한 관련 회의체가 혼재한 상황에서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든다는 것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기존 협의체들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또 다른 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 대책은 찾지 못하고, 고용 관련 위원회 개수만 늘려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인 기자] [주희연 기자 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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