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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자산어보’의 배경이 되고 ‘흑산도 참홍어’ 특산물로도 유명한 신안군 흑산도의 풍경이 이국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고령화되고 새로 오는 청년 발길이 끊기면서 섬에서 전통적으로 내려 오던 어구 손질, 조업 작업조차 온통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항공편조차 없어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도 꼬박 2시간 배를 타야 도착해 체감상 일본 오사카(항공 1시간 30분), 중국 상해(1시간 50분)보다 멀게 느껴지는 터라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흑산도가 멀어지고 있다는 목소리 그린하우스 가 나온다.
26일 찾은 신안군 흑산면 흑산항 앞 어구 작업장에서는 한국 청년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6명이 모여 전통적인 홍어잡이 작업방식인 ‘주낙’ 바퀴에 바늘을 걸어끼우느라 손이 쉴새없이 움직였다.
인도네시아 출신 까르사디(36)씨는 “3년 간 홍어잡이 작업을 해 왔다. 일에도 적응되 여성창업대출지원 다 보니 홍어잡이가 할 만 하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월급이 한국돈으로 27만원 정도 되는데 여기서는 248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8년 째 홍어잡이를 해온 김철용(65)씨는 5년 전 한국인들과도 함께 작업을 했지만 하나둘 떠나면서 현재 선원들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뿐이라고 한탄했다.
김씨는 “여기서 어업 하는 한국장학재단 로그인 사람 치고 외국인 아닌 사람을 찾기 힘들다. 국내 사람들은 못 한다고 떠나 버렸다”며 “우리 배에도 외국인 5명, 나까지 6명 탄다. 원래는 한국인 3명, 외국인 3명이 있었는데 모두 떠났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값싼 노동력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한국인들은 300~400만원씩 월급을 챙겨 준다고 유비케어 해도 좀처럼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반값 수준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인근의 어구 작업장에서 인도네시아 작업자들이 주낙 바퀴에 바늘을 걸고 있다.
흑산도 국민은행 사업 내 전체 홍어잡이선(20ｔ급 이상)은 총 7척이다. 이들 배에서 일하는 선원 36명은 모두 외국인으로, 베트남 국적 1명, 인도네시아 국적 35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곳의 외국인 선원의 급여는 250만원 내외. 올해까지는 내국인 선원 최저임금의 95% 수준으로 책정돼있으며 숙식과 4대 보험, 퇴직금이 제공된다. 인도네시아 현지 월급이 20~3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10배 가까이 더 받는 셈이다.
이상수(61)씨는 “돈을 더 줘도 일할 한국인이 없으니까 어민들이 외국인을 고용할 수 밖에 없는 거다”며 “어민들은 이제 나이가 들면 누구한테 물려줘야하나 고민을 하곤 하는데, 후계자도 없고 바다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홍어잡이 배 뿐 아니라 소형 어선에도 3~6명씩 외국인 노동자가 승선하고 있고, 대둔도·다물도·도목리 일대 전복·우럭·미역·다시마 양식장도 사정은 같다. 사업장 당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씩 외국인이 고령 어민들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다는 것이 어민들 설명이다.
어민들은 선원 노동조합 규정상 내국인 40%, 외국인 60% 비율을 맞출 것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이를 지킬 여력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권식 예리어촌계장은 “지금은 외국인 없으면 바닷일을 할 수가 없다. 지금 흑산도에서 통발배나 양식장 같은 데서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근로자들이다”며 “예전엔 다 우리가 젊어서 인력으로 했지만 지금은 다 나이 들어 골병이 들었다. 힘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들이 아니면 바다 일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흑산도 전체 인구는 5년여 전에 비해 14.5% 감소한 반면 외국인 인구는 76.4% 증가했다.
흑산도 인구수는 2020년 3839명, 2021년 3540명, 2022년 3457명, 2023년 3413명, 2024년 3332명, 2025년(9월 말) 3283명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산도에 거주 중인 외국인 수는 2020년 148명, 2021년 153명, 2022년 182명, 2023년 237명, 2024년 245명, 2025년(지난 9월 말) 261명으로 꾸준히 늘어나 외국인 비율은 2020년 3.9%에서 2025년 8.0%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흑산도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흑산도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