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작 '전쟁'(신문에 수채, 1986). /경남도립미술관
김창열(1929-2021)은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서예, 사군자 등 전통문화와 회화를 접하고, 평양 광성중학교 시절 외삼촌으로부터 데생을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운다.
194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입학하였으나 6·25 전쟁 발발로 학업이 중단된다. 이후 경찰전문학교에 입학하면서 1953년까지 2년여간 제주에 파견되어 피난 온 예술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게 된다. 1956년부터 현대미술가협회각주 1) 창립회원으로 활동하며 앵포르멜 각주 2)경향의 작품을 제작하고, 1961년 제2회 파리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다.
1965년부터
이격도 미국 뉴욕에 4년간 머물며 아트 스튜던트 리그(Art Students League)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1969년 뉴욕에서 열린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한 후 미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1973년 첫 파리 개인전에서 '물방울' 연작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고, 2021년 타계하기까지 물방울을 소재로 꾸준히 작품을 전
세아베스틸 주식 개했다. 그의 작품은 명상과 치유, 동양과 서양의 융합 등 다양한 해석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물방울 작가'로 불리는 김창열은 1950년대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하며 서구현대미술의 어법을 한국적 정서와 접목하는 데 앞장선다. 1970년대 초 물방울 회화의 여정이 시작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평생에 걸쳐
릴게임 종류 탐구한 물방울은 곧 김창열을 상징하는 예술적 기호가 된다.
1970년 파리에서 약15㎞ 떨어진 팔레조(Palaiseau)의 마구간에 아틀리에와 숙소를 마련한 그는 우연히 캔버스에 튄 물방울의 영롱함을 보고 물방울 회화로 발전시킨다. 실내 장식과 연극 무대 디자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는, 어느날 스프레이 라커를 이용하여 어두운 화면에
릴게임황금포카성 물방울 한 개를 그린 '밤에 일어난 일(What Happened at Night)'(1972)을 제작한다. 이 작품이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 전시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형태와 표현기법을 달리한 물방울 회화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물방울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평론가이자 시인인 알랭 보스케(Al
현대해상 주식 ain Bosquet)는 1973년 파리 놀 인터내셔널 갤러리(Knoll International Gallery)에서 열린 김창열의 첫 개인전을 보고 일간지 <콤바(Combat)>에 '물방울들이 보기 드문 최면의 힘을 갖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또한 보스케는 1975년 <아트 인터내셔널(Art International)>에 실린 특집 기사 '김창열 물방울의 세계(Les Gouttes de Kim)'에서 김창열을 폴 클레(Paul Klee)와 볼스(Wols) 이후 '가장 끈기있는 예술가'로 분류하며, 그의 물방울이 관객의 정신과 동화되어 '영혼의 평화'를 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창열은 1980년대 중반 신문지 위에 물방울을 그리는 과정에서 문자와 이미지가 맺는 긴밀한 관계에 주목하고 자신의 작업에 한자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이는 어린 시절 한학자인 조부로부터 한문과 붓글씨를 배운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한자는 단순한 문자가 아닌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인식하는 통로이며 자기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기억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음양 사상을 비롯한 동양적 사고를 원천으로 자신의 문화적 뿌리에 다가가며 생의 말년까지 '회귀' 연작을 제작한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한 '전쟁'(1986)은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 중 하나로, 신문지 위에 붉은색과 옅은 노란색, 파란색 등으로 거칠게 점을 찍거나 필획을 긋고 화면 중앙의 커다란 물방울 모양 내부로 투명한 물방울을 떨어뜨려 놓은 듯하다. 이는 작가 자신의 심상에서 발현된 것으로 직접 겪었던 전쟁과 피난 생활에 대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기억을 담은 기호인 문자와 곧 소멸할 운명을 지닌 물방울이 화면 위에서 조우하며 끈질기면서도, 동시에 덧없는 우리의 삶을 은유한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사실적으로 재현된 실재를 넘어 삶의 완전성을 추구하면서도 유한성을 자각하는 실재로서 우리 앞에 영롱하게 맺히고 또 사라진다.
/이미영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참고자료
·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김창열> 브로슈어
· 부산시립미술관 누리집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누리집
※각주
1) 현대미술가협회는 1956년 설립된 현대적 조형을 내세운 미술가들의 단체다. 창립은 당시 20대 젊은 작가들의 저항 의식에서 이뤄졌다. 현실의 합리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미술을 주창하며 기성의 화단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앵포르멜 회화의 물질성과 비형태성을 전후 감성을 표출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겼다. 1957년 김영환, 이철, 김종휘, 장성순, 김청관, 문우식, 김창열, 하인두가 1회전을 열었다. 1960년까지 총 6회전을 열었다. 1962년 '60년미술가협회'와 통합하여 '악뛰엘'을 결성함으로써 해산됐다.
2) '비정형'이라는 의미로 2차 세계 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현대 추상회화의 한 경향이다. 기하학적 추상을 거부하고 미술가의 즉흥적 행위와 격정적 표현을 중시한 전후 유럽의 추상미술로 이후 국제적인 예술운동으로 전개되며 미국에서는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