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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5-11-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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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부터 내린 비가 그친 직후인 18일 오전 8시30분. 밤비 탓에 다소 쌀쌀해진 가을바람을 뚫고 반려견 목줄을 쥔 사람들이 서울 반포한강공원으로 모였습니다. 공원 잔디밭을 가로지르며 아침 바람을 쐬는 반려견들의 눈빛은 활기가 돌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다른 개들과 서로 냄새를 맡으며 코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마치 매일 보는 친한 친구를 맞는 듯 정겨워 보였습니다.
18일 오전 8시30분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참가자들 근로기준법 식대 이 공원 잔디밭에서 기다리며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다.
이날은 서울시와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동행페스타)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동행페스타는 동물과 공존하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 동물보호의 날'(10월4일) 제정 기념으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국민은행 대출 에 예정된 행사 '동물행복런'에 참가하기 위해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몸을 풀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8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에 참석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보호 중인 반려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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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반려견들과 함께 한강을 걸을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전날에 내린 비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 듯했습니다. 한두명만 보이던 행사장에는 30분이 지나 오전 9시가 되자 등록 부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견생 첫 한강 산책", "반려견 친구들과 추억을"이유는 달라도 30대 여자 새벽잠을 깨운 이유는 ‘동물 행복’
서울 관악구에서 온 반려견 '보리'(1)와 함께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은 반유미 씨 가족은 "보리에게 '견생 첫 한강 산책'이라는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강아지 시절을 벗어나 갓 성견이 된 만큼 한강에서 다른 개들과 강바람을 쐬는 좋은 기억을 선사하고 싶다는 게 유미 씨 가족 동양종합금융 의 뜻이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서 새벽같이 동물행복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달려온 강아지 '보리'의 모습.
유미 씨 가족처럼 반려견을 위해서라면 간밤에 내린 비 정도는 쉽게 떨쳐낼 수 있는 게 보호자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라도 하듯, 이날 행사장에는 수많은 내빈들이 찾아 반려견과 보호자들의 건강한 동행을 빌었습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개막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환영사를 건네고 있다.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를 서울시와 공동 주최한 한국일보 이성철 사장이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동행페스타 개막식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이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후원사로 참여한 DB손해보험 박성식 부사장이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동행페스타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현장을 직접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제 반려동물들은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됐다"라며 "반려동물이 행복한 도시, 그래서 사람도 더 행복감을 느끼는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해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공동 주최한 한국일보 이성철 사장도 "올바른 반려문화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면서 "한국일보도 언론으로서 이와 관련해 더욱더 힘을 보태도록 하겠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의 동행런 행사에 앞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동행런 행사에서 반려견 행동전문 수의사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이 반려견 보호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동행런 행사 참가자들이 한강공원을 걷고 있다.
어느새 10시, 동행런 출발 시각이 다가왔습니다. 보호자들과 반려견은 모두 제각각의 속도로 안전하게 한강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반려견 ‘바니’(11개월)와 함께 온 황은영(서울 서초구) 씨는 "다른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바니가 인사하는 법도 배우는 차원에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바니는 공장에서 태어난 뒤 강아지 때 버려진 유기견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겁도 많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며 걷고 있다고 합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동행런 행사에 참여한 반려견 '바니'의 모습.
반려견과 함께 걷다 보니 4km의 동행런 코스는 어느새 끝나 있었습니다. 반려견 '당근이'(3)와 함께 동행런을 완주한 보호자 유정하(서울 은평구) 씨는 "비가 와서 개최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비가 그쳐서 기분 좋게 나왔다"라며 "당근이가 4km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완주해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동행런 행사를 완주한 반려견 '당근이' 보호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동행런을 완주한 당근이의 모습.
동행런을 마친 뒤에도 동행페스타에서 마련한 다양한 행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마련한 캠페인 부스를 비롯해 잔디밭에서 반려견이 보호자를 향해 달려오는 '달려오개' 이벤트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또한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이벤트 ‘멍쭈 하트GO'처럼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동행런을 마친 보호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탁 트인 한강공원 잔디밭은 아침 산책을 마친 보호자들이 잠시 쉬워가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아예 돗자리와 텐트를 준비해 동행런을 마친 뒤 여유롭게 누워서 쉬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18일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동행런 행사를 마친 반려견과 그 보호자들이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동물과 ‘동행’한다는 의미 되새기는 시간들
반려견 전문가들도 동행페스타에 나서 힘을 보탰습니다. 반려견 행동전문 수의사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은 이날 12시에 열린 '펫톡 라이브' 코너에 나서 반려견 보호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석으로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 '펫톡 라이브' 코너에서 설채현 놀로클리닉 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설 원장은 "반려견을 마치 군견, 경찰견과 같은 특수목적견으로 키울 필요는 없다"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허용할 것은 허용해주는 마음도 필요하다"라며 반려견 교육에 대해 강박적인 접근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손을 들며 질문하기를 주저하던 보호자들도 설 원장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자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의미를 담은 반려견 자랑대회도 열렸습니다. 바로 '견생2회차 자랑대회'였습니다. 지난해에도 열렸던 이 대회의 특징은 바로 참가 자격이 '유기견 출신 반려견'이라는 데 있습니다. 반려견으로서 새 삶을 살고 있는 개들도 평범한 개들처럼 보호자와 멋지게 교감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 있는 대회였습니다.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열린 '제2회 동물행복페스타'의 '견생 2회차 자랑대회' 행사에 참여한 반려견들이 보호자의 지시어를 듣고 기다리고 있다.
이날 대회 '기다려' 부문에서는 고요한 가운데 긴장감 넘치는 승부가 벌어졌습니다. 보호자가 반려견의 곁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더라도 반려견은 보호자의 '기다려'라는 지시어를 듣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대회였는데요. 결국 참지 못하고 보호자에게 달려가는 반려견들도 관객들의 박수를 받기 충분할 만큼 귀여웠습니다.
견생 2회차 자랑대회에 참여한 반려견 '김루찌'가 보호자의 지시어를 듣고도 기다리지 못한 채 보호자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잘 기다리며 관객들의 이목을 끌다 안타깝게 탈락한 반려견 '김루찌'(12)의 보호자 김정희 씨(서울 강남구)는 "루찌가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면서 ‘기다려’ 교육만큼은 잘 했는데, 탈락해 아쉽다"면서도 "과거 학대를 당했음에도 보호자에게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루찌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기다려' 대회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개는 또 있었습니다. 왕중왕전 진출에 성공하며 이날 3등을 기록한 검은 진돗개 '박대길'(2)이었습니다. 얌전하게 기다리다가도 보호자가 부르면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애교를 피우는 '천상 E형 반려견' 대길이는 한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에 올랐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개였습니다. 대길이 보호자 박다혜 씨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왕중왕전 진출만 해도 목표를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견생 2회차 자랑대회' 기다려 부문에서 관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사로잡으며 3등을 차지한 반려견 '박대길'과 보호자 박다혜 씨(왼쪽)의 모습.
이날 '견생 2회차 자랑대회' 기다려 부문에서 2등을 차지한 반려견 '김겨울'의 모습.
'견생 2회차 자랑대회' 기다려 부문 1등을 차지한 반려견 '쭈니'의 모습.
이날 참가한 보호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런 자리가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반려견, 보호자들과 함께 하루 동안 즐거운 축제를 보내며 동물보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반려견 보호자들의 참여로 의미가 더욱 깊어지는 동행페스타는 오는 19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글·사진 =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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