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편소설 '한 편'을 책 '한 권'으로 선보이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의 100번째 책 출간을 축하하며 구병모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럴 만도 하다. 문예지에 발표된 여러 단편을 묶어 2, 3년 만에 단행본 한 권으로 내던 기존 관행을 깬 위픽의 시도는 파격이자 실험이었다. 2023년 3월 출발을 알린 구병모의 '파쇄'부터 최근 출간된 이미상의 '셀붕이의 도'까지, 형식과 장르를 넘어 오로지 '이야기게임관련주 '로만 승부한 위픽이 100권 출간이라는 뜻깊은 이정표를 세웠다.
위픽 시리즈 '1번' 구병모의 '파쇄'와 '100번'째 책 이미상의 '셀붕이의 도'. 위즈덤하우스 제공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필링크 주식 다양한 모습" 100명의 작가가 쓴 100편의 소설을 줄 세운 위픽은 오늘날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하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문학 출판사로서 존재감을 다지고자 했던 위즈덤하우스는 2021년 초 '장편이든 단편이든 혹은 장르나 형식은 전혀 가리지 않고 이야기 그 자체로 재미만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즐긴다'는 저변의 독자층을 발견했다. 단편MMF통장 소설에 주목하게 된 연유다. 단편소설이야말로 짧지만 가장 밀도 있고 완결된 이야기라는 점에서다. 김소연 위즈덤하우스 스토리팀장은 "단편 여러 편을 모아 소설집을 출간하기까지 시차가 크다"며 "독자들이 읽고 싶은 것과 작가들이 쓰고 싶은 것을 빠르게 연결해 주고 싶었다"고 했다. 당초 타깃 독자층을 문학 핵심 독자로 잡았지만 오히려 "위픽손오공게임 을 통해 한국 문학을 처음 읽게 됐어요"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김 팀장은 "독자들이 소설 한 편을 완독하는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한번 읽는 재미를 느끼면 그때부터는 긴 소설도 얼마든지 읽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로써 문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연을 넓힌 점 역시 의미 있는 성과다.
시집만 한 작은 크기에 단단한 하드커버 양장으로 만든 위픽 시리즈는 소장욕을 부른다. 표지에는 소설 속 중요한 한 문장을 새기는 게 특징이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위픽 아니었다면 이 소설 나왔을까" 다양하고 다채로운 '더 많은 이야기'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위픽 '1번'인 '파쇄'는 벌써 13쇄를 찍었다. 최진영의 '오로라',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예소연 '소란한 속삭임', 임선우 '0000' 등도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무늬글방'을 운영하는 안담 작가의 첫 소설 '소녀는 따로 자란다'에 쏟아진 열띤 관심은 편집자조차 놀라게 할 정도. 김 팀장은 "위픽이 아니었다면 이 소설이 세상에 나왔을까 생각하면, 이것이 바로 위픽만이 할 수 있는 일이구나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76번째로 지난해 12월 출간된 여성학자 권김현영의 첫 소설 '수신인도 발신인도 아닌 씨씨'도 대표적. 헤어진 연인의 사생활을 소설에 무단 인용해 물의를 빚었던 정지돈 작가가 극중 인물('권정현지') 이름은 권김현영에서 따왔다고 해명하면서 자신의 이름이 공공연히 언급되자 소설로써 응답한 것이다. 당시 권김현영이 "이 소설을 위픽으로 출간하고 싶다"면서 직접 투고했다고.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 역시 "시리즈물 안에 조용히 숨을 수 있어서 용기를 냈다"며 자신의 첫 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를 위픽의 90번째 책으로 냈다. 이렇게 등단한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시인, 에세이스트, 가수, 논픽션 작가 등이 위픽을 통해 첫 소설을 선보였다. 위픽은 재정비 후 내년 3월 101번째 책으로 찾아올 예정이다. "깜짝 놀랄 만한 작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출판사측 귀띔. 다음 달 4~12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독자들과 만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