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한국의 보유세율이 OECD 대비 낮은 편이 아니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사실일까.
중앙일보는 지난 23일 <한국 보유세 낮다? “GDP로 따지면 OE 인하대 기숙사 CD 36개국 중 12위”> 기사에서 “자산가치 대비 세 부담을 뜻하는 '실효세율'은 낮지만, 경제 규모(GDP) 대비 보유세 등 자산에 대한 세금 부담은 OECD 평균을 이미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한국의 보유세가 낮은 편은 사실”이라고 밝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발언이 “절반만 맞는 얘기”라는 것이다. 예솔저축은행 비영리 연구단체 '토지+자유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OECD 국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0.33%)의 절반에 불과했다. 중앙일보가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높은 편이라며 인용한 수치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아닌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다. 중앙일보는 “OEC 제2금융권적금 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GDP 대비 1%로 집계됐다”며 “2023년 기준 통계가 집계된 OECD 36개 회원국(그리스·호주 제외) 평균(0.91%)보다 오히려 높다. 36개국 중 12번째로 높다”라고 했다.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도 언급됐다. 중앙일보는 “전체 세금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3. 새마을금고 금리 5%로 평균(2.7%)보다 높다. 35개국 중 아홉 번째”라고 했다.
▲ 지난 23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한국의 집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 채무감면 )에 따르면 30일 기준 서울의 소득대비주택가격(PIR)은 25.21로 영국 런던(18.5), 프랑스 파리(15.56), 미국 뉴욕(12.01) 등 다른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 해당 사이트가 정확한 국가별 비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주택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 사실과 함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을 봐야 한다.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높다는 건 부동산 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부동산 가치에 비례해 부담하는 세금(보유세)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성안 전 영산대 교수는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GDP 대비 우리의 보유세 비중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자가주택보유율이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데도 불구하고 나온 값”이라고 지적했다. 총조세 대비 보유세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도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OECD 평균보다 낮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집계한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0%로 OECD 회원국 중 31위 수준이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소득세를 덜 낸다. 그런 걸 생각하면 총조세 대비 보유세가 높다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라며 “(부동산) 가격 대비 세금을 얼마 내는지가 중요하다. 10억 원짜리 집이 서울, 뉴욕, 도쿄에 있을 때 각각 얼마를 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보유세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유세가 낮다는 데 컨센서스(일치된 의견)가 만들어져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10·15 대책'을 발표한 이후 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찬반이 뜨겁다. 그러나 신문의 논조는 보유세 인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에 쏠려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1일자 사설 <“50억 집 재산세 5000만원” 인식으론 집값 안정 어렵다>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통제하려던 정책은 이미 두 차례나 실패로 끝났다”며 “자금 흐름이 막힌 상태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춘다 한들 매매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지난 20일 <與 "부동산 세금은 어설픈 정책" 이 판단 흔들리지 말길> 사설에서 “부동산 세금 인상이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왜곡한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 시절 28차례의 정책 실패가 잘 보여준다”며 “합리적인 공급을 외면한 채 '더 센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는 보유세 인상을 오히려 '세금 정상화'라고 보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논평에서 “보유세 강화는 '세금폭탄'이 아니라 '공정한 조세부담의 복원'이며 보유세를 약화시키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무주택 서민에게 '주거지옥'을 강요하는 길”이라며 “보유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필수적 조세 기반으로 소득세나 소비세에 비해 경제 전반에 부담이 적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보유세 인하가 오히려 시장왜곡”이라며 “10억 원짜리 주택을 소유했을 때 내는 세금과 10억 원을 사업으로 벌었을 때 내는 세금이 너무 차이 나는 것이 시장 왜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보유세가 높은 것도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것이다. 주택과 같은 무수익자산보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쪽에 돈을 돌게 하려는 효율성 추구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똘똘한 한 채'를 포함해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종합부동산세의 중과밖에 없다”며 “1주택이라 할지라도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다주택자에게도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준구 교수는 “초고가의 1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해서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높은 세금부담이 수반된다는 사실이 지불하려는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똘똘한 한 채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