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4' 발간, '내란사태, 분노의 저널리즘 경계' 제언도 젠더 보도엔 '궁금해하는 마음' 필요, 법조보도 개선 위해 '재판 과정' 주목해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한겨레 CI. 사진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한겨레가 지난 21일 세 번째 신뢰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겨레는 2022년부터 매년 1년간 취재·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외부의 질책 등을 담은 신뢰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4'에는 한겨레의 내란과 탄핵 국면 보도에 대한 외부 평가와 젠더 보도, 법조
넥센타이어 주식 보도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담겼다.
내란사태 보도, '분노의 저널리즘' 경계해야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4'는 지난해 12월 내란 이후의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평년보다 발간이 늦어졌다. 보고서에는 내란사태 보도에 대한 한겨레 4기 저널리즘책무위원 두 명의 의견이 담겼는데, 이중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
프리엠스 주식 콘텐츠대학 저널리즘 담당 교수는 한겨레 기사들에서 감정적 표현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겨레는 '윤석열 비상계엄과 탄핵'을 보도하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했다. 기사 제목만 보면 격문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라며 “국회 1차 탄핵 소추안 표결을 앞둔 12월7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사
비상장주식사이트 안을 성급하게 단정해 그 성격을 미리 규정하는 보도는 위험하다”고 했다.
▲ 한겨레 2024년 12월7일 1면 기사 갈무리.
내란 관련 이해 관계자들의 증언과 주장을 거르지 않고 보도했다는 지
황금성오락실게임 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한겨레가 보여준 '윤석열 계엄과 탄핵 사건' 보도는 한겨레 스스로 밝힌 취재보도 준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했으며 추정과 단정이 많았고 주관적이고 편향적 표현을 썼다”며 “한겨레 스스로가 선언했듯이 기자들은 추정, 취향, 선호, 의견을 앞세워서는 곤란하다.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사건을 취재, 보도
슈퍼개미되기 하는 '냉정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신우열 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저널리즘은 뉴스 객관성 윤리를 부정하거나 대체하는 관점이 아니다. (해당 개념을 주창한 캐나다 언론윤리학자) 스티븐 워드는 미디어의 세계화, 디지털화, 극단주의적 허무주의 세력의 확산 등을 이유로 현대 저널리즘이 민주적으로 참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며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저널리즘은 뉴스 객관성 윤리를 현대 맥락에 맞춰 수정, 보완한 윤리관”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저널리즘은 소통의 흐름과 메시지의 질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대화적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다. 예컨대 저널리즘은 사회가 관용과 평등을 지향할 수 있도록 의제를 선정하고 이슈를 틀 지을 수 있다”며 “기자는 정치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판하고 평가할 의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저널리즘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집단 간 민주적 화합을 약화시킬 수 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에 명시적·즉각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젠더 관점을 위해 기자에게 필요한 건 '궁금해하는 마음'
보고서에는 젠더 관점을 보도에 녹일 방법에 대한 고민도 나왔다. 한겨레는 국내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여성 담당 기자를 두고 여성면을 신설했고, 2021년에는 국내 언론 최초로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4기 저널리즘책무위원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는 젠더 보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궁금해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김 교수는 “기존의 젠더 체계가 작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문제가 될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며 “그래서 이것이 계급이나 인종 등과 아울러 작동하면서 '중산층의 이성애 부부'가 아닌 사람들의 삶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만들기도 한다. 타자화된 존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젠더 보도가 지향하는 바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가 타사에 비해 보도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성별 균형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별) 균형은 미묘하게 젠더화된 구조 속에서 이뤄지기도 한다”며 “정치, 경제, 국제 영역의 주요 칼럼 저자가 남성이 많은 반면, 지역 이슈나 문화에서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고 '6411의 목소리'에서도 젠더화된 돌봄 영역의 목소리는 여성으로부터, 산업 노동의 목소리는 남성으로부터 주로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4 표지 갈무리.
김 교수는 “한겨레의 '서울말고' 꼭지의 지역 관련 칼럼들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은 현재 한국이라는 조건에서 지역의 삶에 대한 중요한 설명틀 중 하나일 수 있다. 지역의 삶에 대한 정책과 시민의 관심이 여성과 소수자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있어 발생했던 과거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현장에서 고민해 온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획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하드 뉴스의 영역이 여전히 특정 성별만의 것이 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칼럼 배치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검찰 수사 중심의 법조보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법조 취재·보도 매뉴얼'을 제정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신우열 교수는 매뉴얼 기반으로 한겨레 보도를 모니터링한 후 한겨레가 '재판의 시작과 끝'에 주요 가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재판 과정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작과 끝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효율성에 기반한 언론의 취재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다. 신 교수는 “그런 인식론은 한겨레 '법조취재보도매뉴얼'이 강조하고 있는 수용자의 시각과 얼마나 조응할까”라며 “재판 과정 속의 이야기에도 주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뉴스영상부·뉴콘텐츠부 신설, 온라인 독자 위한 노력
온라인 독자를 위한 뉴콘텐츠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한겨레는 SNS·뉴스레터·영상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독자와의 접점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뉴스룸 뉴콘텐츠부국장 산하 뉴스영상부와 뉴콘텐츠부를 신설했다. 뉴스영상부는 미디어본부장 산하 영상센터 소속 제작 인력 일부와 뉴스룸국 영상·소셜팀 소속 영상 인력을 통합한 조직이다.
▲2월5일 한겨레 '뷰리핑 클립. 최상목 권한대행, 법 모를 리 없어… 권한쟁의심판 지연, 탄핵심판 위태?' 유튜브 영상 갈무리.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 실장이 출연했다.
보고서는 “뉴스영상부는 논설실장·대기자·선임기자 및 외부 전문가들이 주요 이슈를 맥락·전망과 함께 정리해주는 뷰리핑,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 화제 영상 클립, 탄핵 집회 같은 현장 영상이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며 “조직 개편 당시 3만여 명이었던 한겨레 뉴스룸 채널 구독자는 1월1일 기준 10만 명을 돌파하며 유튜브 플랫폼에서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한겨레 뉴스룸과 한겨레TV 채널의 총 월간 조회수가 1000만회를 넘어섰다”고 했다.
뉴콘텐츠부에선 한겨레만의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관리·운영한다. 한겨레는 “그중에서 디지털 특화 콘텐츠인 '디지털 편성표'(오늘의 스페셜)는 차별화된 콘텐츠 생산 역량을 축적해 향후 독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까지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지닌 프로젝트다. 요일별 정해진 시간에 콘텐츠를 공개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특정 시간대에 맞춰 뉴스룸의 주요 기획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채상욱의 집문집답' '김나리의 레인보우 허니문'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박용현의 검찰을 묻다' 등 한겨레 독자들이 반응하는 콘텐츠들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한겨레 웹회원 수는 1년 만에 220% 증가했으며 신규 회원 가입자 수 또한 410% 증가했다”고 했다.
김영희 한겨레 편집인은 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내란의 밤 이후 한겨레를 찾는 독자들의 숫자와 트래픽이 유의미하게 늘었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독자들의 신뢰 증대로 이어지려면 갈 길이 멀다”며 “권력감시에 대한 보도만이 아니다. 김새론 배우의 죽음에서 드러난 언론의 트래픽 장사와 선정적 보도를 보면 한겨레는 그런 기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위로하기엔 무력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김 편집인은 “전체 언론의 불신을 키우고 인권을 무너뜨리는 언론의 행태에 사회적으로 비상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며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유튜브 저널리즘의 문제점은 인식하되, 비판에 머물게 아니라 한겨레가 어떻게 차별성을 갖고 독자들에게 영상으로 다가갈 것인가도 '신뢰'와 무관하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