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제7차 전원위원회가 열려 안창호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청인 들어오기 전에 모두발언이 필요한 분은 지금 하시라.”(안창호 위원장)
“방청인이 들어오면 하겠다.”(남규선 상임위원)
“남 위원은 언론을 왜 그렇게 좋아하나, 인권위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금 하라.”(안창호 위원장)
“위원장은 언론을 왜 그렇게 싫어하나. 특정 언론을 보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는데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발언인가.”(남규선 상임위원)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을 보지 말라는 취지다. 또한 밥 먹는 자리에서 금융천재
한 것이다.”(안창호 위원장)
1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열린 제8차 전원위원회가 개회되자마자 안창호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기자들 들어오기 전 의사진행 발언을 해달라”는 말부터 했다고 한다. 위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인권위 상황을 비판하는 모습을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비공개 대상은 바다이야기무료
기자들만이 아니었다. 이날 참석한 인권위원들에게도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전체 회의록 중 비공개 안건 논의 내용을 삭제한 채 배포했다. 안 위원장은 정보공유를 요구하는 위원에게 “서약서”를 언급했다가, 비판을 듣고 취소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인권위가 내·외부 비판 앞에 정상화를 꾀하기 보다, 내홍을 감추려 비공개와 정보 보안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이어종목뉴스
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들의 설명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전원위에서 남규선 상임위원은 지난 전원위(3월24일)에서 비공개 안건으로 논의된 ‘폭력적인 언동에 의한 인권위원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의 건’(폭언 재발방지 건) 회의록이 빠진 채 회의 자료가 배포된 데 문제를 제기했다. 돌아온 답은 ‘비공개 안건이금투자방법
언론에 유출된다’는 이유였다. 남 상임위원이 “그동안 비공개 안건이라 하여 회의록을 안 나눠준 적은 없다”고 지적하자, 안창호 위원장은 “앞으로 운영지원과에서 방침을 만들겠다”고만 했다.
언론 유출을 이유로 위원들에게까지 비공개 안건 회의록이 주어지지 않으면서, 위원장조차 논의 내용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소라미 위원은 일지테크 주식
이날 “지난번 ‘폭언 재발방지 건’과 관련하여 방청인 입장 이후 위원장께서 모두발언으로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안 위원장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의 폭언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돼 지난달 24일 전원위에서 논의된 이 안건은 다수 위원 반대로 기각됐으나, 안 위원장이 이번 전원위에서 모두 발언으로 “폭언을 자제하자”는 당부를 하기로 돼 있었다. 비공개 회의록이라는 이유로 제출이 안 된 탓에, 안 위원장조차 그 내용을 잊어버린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 위원은 이날 안창호 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권고’ 결정 뒤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는 서한을 간리(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GANHRI)에 보낸 일도 비판했다. “‘국민 50%가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간리에 보낸 서한이 허위가 아니냐”는 원민경 위원 지적에 대해 안 위원장은 “무슨 내용이 사실과 다르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민경 위원은 “(위원장이)간리에 보낸 서한을 공유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너무 보안유지가 안 된다. 간리가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하다가, “인권위원에게도 비공개를 요청한 것이 맞냐”고 재차 묻자 “서약서를 써주신다면…”이라며 서약서를 요구할 것처럼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남규선 상임위원이 “인권위가 ‘서약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수없이 권고와 의견표명을 해왔는데, 인권위원장이 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고, 안 위원장은 바로 “취소한다”고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편 이날 전원위에서 보고된 ‘2024년 진정·상담·민원 접수 및 처리 현황 보고’ 등에 따르면, 2024년 인권위 진정건수는 9957건으로 전년(1만779건) 대비 7.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띈 것은 권고 건수의 급감으로 전년 552건 대비 276건으로 정확히 반타작 났다. 이중 차별 진정 사건은 76건에서 96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침해 사건은 476건에서 180건으로 62.2% 감소했다. 인권위의 신뢰 상실과 소극적인 권고 행태가 데이터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