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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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아무개(30)씨는 지난해 말 3천만원 한도로 만든 마이너스 통장에서 1년도 채 안 돼 2500만원을 인출(대출)했다. 오로지 “국내와 해외 주식 투자 목적”이다. 4% 중반대인 대출 금리는 최근 급등한 투자 수익률 앞에서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강씨는 한겨레에 “그간 투자하지 않았던 친구들은 ‘너무 많이 올라서 무섭다’는 쪽과 ‘늦었지
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는데, 최근 주가 상승 랠리를 보면서 ‘벼락거지가 됐다’고 느끼는 감정은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빚투, 영끌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포모(Fear Of Missing Out·나만 뒤쳐진다는 공포) 심리에 젊은 투자자들을 ‘빚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직장인 ㄱ(33)씨는
비트코인을 구매하려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에서 최근 200만원 가량을 추가 인출해 대출 규모를 늘렸다. 그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배당형 ETF(상장지수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주로 해왔던 ㄱ씨는, 최근 각종 금융상품의 상승 랠리를 보며 “투자처를 다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험을 감수하며 좀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도 될만한 상황이
라고 여겼다는 의미다. 대학생 오아무개(24)씨도 그동안 모은 예금과 적금 1500만원 모두를 주가에 기초한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했는데, 그 가운데는 손실 위험이 큰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도 있다. 오씨는 “그래도 미국 시장은 결국은 오른다”고 확신하듯 말했다.
이런 ‘영끌 빚투’의 영향으로 최근 은행권 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는 추세
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로 주택 관련 자금 조달에 신용대출까지 동원하는 사례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5대 은행의 (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7330억원)과 비교해 1조1807억원 늘어 불과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
(9251억원)을 넘어섰다. 1주일간 증가폭 기준으론 ‘에브리띵 랠리’가 거셌던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급증했고, 일반신용대출이 1148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스피가 최근 조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고점권을 유지하면서 투자 심리가 식지 않았다.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투자자들의 마이너스 통장 활용이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신용대출뿐 아니라 대표적인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6조12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5일(25조8200억원)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갱신한 뒤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보유한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20∼30대를 중심으로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압박 속에 과도하게 빚투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자산 가격 하락 시 심리적, 재무 충격이 크고 회복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환율 변동, 대외 환경 변화로 외국인자금이 유출될 경우 해당 종목이 급락하고 신용투자로 인한 파급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기자 admin@reelnara.in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