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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땀 흘려 키워 이제 막 출하하기 시작했는데 속이 타들어 가네요. 그냥 앉아서 죽으라는 건지 답답하고, 막막하네요.” 4일 오전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만난 시금치 재배 농부 이아무개(44)씨의 넋두리다. 그는 205평(677㎡) 비닐집(하우스) 13동에서 시금치를 재배한다. 지금이 출하 적기다. 지난달 중순 대전 농수산물시장에 출하했는데 4㎏ 한 상자에 3만3천원에 거래한 터라, 올해 줄잡아 1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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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화학물질 취급업체 주변 깻잎이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스에 노출돼 검게 변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누출된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빠칭코
스에 노출돼 누렇게 변한 무, 배추밭. 오윤주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누출된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스에 노출돼 누렇게 변한 무.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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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농장에서 2.5㎞ 남짓 떨어진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가 잇따라 누출되면서 음성군에서 출하 금지명령이 떨어졌다. 2007년부터 화학물질 저장·터미널 구실을 하는 이 업체에선 지난달 21일 밤 11시18분께 500ℓ, 닷새 뒤인 지난 26일 오전 9시43분께 400ℓ가 잇따라 누출됐다. 애초 지하 탱크에 액체 상태로 보현대홈쇼핑 주식
관돼 있었지만 원인 모를 화학 반응으로 젤 형태로 누출됐고, 함께 발생한 가스가 주변 농경지 등으로 퍼졌다.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는 4류 위험물질로 접착제·도료·플라스틱 원료로 쓰인다. 인화성·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며, 화학반응으로 발생한 가스를 흡입하면 구토·현기증 등을 일으키고, 가스에 노출된 식물 이파리 등은 누렇게 변한다. 이씨는 “식초같이 시큼한 냄굿세이
새가 난 뒤 군데군데 시금치 이파리가 누렇게 변했다. 이후 음성군에서 사고 조사 등을 이유로 출하를 금지해 일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웃에서 딸기 농장을 하는 김아무개(42)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220(726㎡)~250평(825㎡) 비닐집 25동에 딸기 모종을 심었다. 20일 남짓 지나면 수확을 시작한다. 그는 “모종값 1억6천만원에 농약, 시설비 등 2억5천만원 정도 투자했다. 요새 딸기값이 좋아 7억원 정도 수익을 기대했는데 걱정이다. 제대로 보상해 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쫄딱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화훼 농장 김아무개씨가 4일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스에 노출 피해 우려를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화훼 농장 김아무개씨가 4일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스에 노출돼 누렇게 변한 선인장 모수를 가리키고 있다. 오윤주 기자
4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화학물질 취급업체 입구 길옆 참나무 등이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가스에 노출돼 누렇게 변했다. 오윤주 기자
주변 화훼 농가도 걱정이 크다. 접목 선인장을 키우는 김아무개(68)씨는 “화학물질 누출 사고 이후 선인장 접목 모수(어미나무) 초록 줄기 부분이 군데군데 누렇게 변해간다. 농사를 접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해마다 미국·일본 등에 선인장 45만개 정도(2억~3억원)를 수출하는데, 사고 직전 출하했다. 그는 “화학물질 피해가 어떤 방향으로 나타날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시설 하우스 등은 비닐집 출입문 등을 여닫는 터라 눈으로 보기엔 덜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업체 주변 노지 농경지는 그야말로 초토화다. 출하 적기 진초록색이어야 할 배추·무밭이 온통 누렇다. 단무지 무 등은 군데군데 무르기도 한다. 주민 김아무개(50)씨는 “올해 농사는 끝났다. 팔기는커녕 난생처음 배추·무 사다 김장 담글 판”이라고 했다. 음성 대소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 누출 피해는 날마다 불어난다. 3일 저녁까지 주민 등 91명이 구토·현기증 등 증세로 치료를 받았다. 2명은 입원 치료 중이다. 음성지역 농가 199곳, 71㏊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웃 진천군 덕산읍에서도 농가 10곳, 8.5㏊에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피해 호소 주민 등은 보건소를 통해 지속해서 치료할 계획이다. 농작물 피해도 걱정인데, 업체가 든 보험 관계 등을 살펴본 뒤 정부나 군에서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4일 음성소방서 등의 관리 아래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회수·이동 조처가 이뤄지고 있다. 오윤주 기자
4일 환경부 등의 관리 아래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한 화학물질 취급업체에서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회수·이동 조처가 이뤄지고 있다. 오윤주 기자
음성군, 음성소방서, 환경부 등은 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 처리에 힘을 쏟고 있다. 4일 오후 환경부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리 속에 사고 물질인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를 연신 실어냈다. 음성소방서는 이 업체에 5일 자정까지 보관 중인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 전량(504t)을 회수·이동 조처하라고 응급조치 명령을 내렸다. 조 군수는 “5일까지 회수·이동하지 않으면 위험물 안전관리법에 따라 벌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지방환경청·농촌진흥청·음성군 등은 합동조사단을 꾸려 화학물질 누출 피해·현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피해가 난 농작물·토양 등 검삿감을 채취해 화학물질안전원에 분석을 맡겼으며, 대기환경 조사도 진행한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