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출근길 승강장 다이인(die in) 행동을 열자 활동가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 계엄을 평화롭게 해제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기념하며 ‘그날 12·3 다크투어’를 열었다.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들어간 장소와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 등을 돌아본다고 했다. 에스엔에스(SNS) 타임라인 곳 야마토게임 곳에는 응원봉 광장을 함께 지켰던 크고 작은 시민사회 단체와 각종 학회가 개최하는 강연회와 토론회 소식이 한창이다.
하나같이 필요하고 좋은 일들이다. 그러나 나는 못내 마음 한편이 편치 않다. ‘윤석열은 감옥으로, 시민은 일상으로’라는 구호는 현실이 되었지만, 불법 계엄 이전부터 계엄과 다름없는 일상을 살고 있던 사람들은 계엄 같은 일상으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로 돌아갈 수 없어 여전히 거리와 지하철에서 자신의 침해당한 존엄과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고 있다. 계엄의 본질은 권리의 박탈이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형태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일상적으로 침해당하거나 박탈당해온 사람들은 불법 계엄 이전부터 자주 국회를 에워쌌다. 그중 손오공릴게임예시 일부는 지난해 12월3일에도 이미 국회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도 그랬다. 전장연은 12월3일 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던 당시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국회 앞에서 1박2일 농성을 벌이며 장애인 권리 법안의 통과와 장애인 권리 예산의 반영을 요구하고 있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전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장연의 활동가와 연대자들은 모든 기존 일정을 변경해 함께 국회를 지키며 계엄 해제를 요구했고, 뒤이어 날이 밝자 곧바로 윤석열 탄핵과 함께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외쳤다.
이후 윤석열 파면까지 춥고 긴 123일간의 응원봉 광장을 지키면서 전장연은 다양한 약자와 소수자의 투쟁에 연대했다. 노란봉투법을 외치는 노동자의 투쟁부 릴게임바다신2 터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동덕여대 투쟁에 이르기까지 늘 대오의 한편에는 전장연의 연대자들이 있었다. 나중에 ‘전장연’이 소위 12·3 비상계엄의 설계자 중 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노상원 수첩’의 수거 대상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내란 획책자들의 시선에도 장애인 권리와 평등한 민주주의를 위한 전장연의 투쟁은 독재와 불법 계엄의 걸림돌처럼 보인 모양이다.
내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12·3 불법 계엄 해제 1주년에도 내란 극복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앞장서 싸워온 전장연 활동가들이 여전히 외로운 지하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2월2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전장연이 요구한 것은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이다.
한국의 지디피(GDP·국내총생산) 대비 장애인 복지지출 비율은 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고, 등수로는 꼴찌에서 다섯번째다. 이재명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이 외면한 장애인 콜택시 기사의 인건비 증액, 최중증 장애인들의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을 위한 예산 증액,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평등한 예산 반영, 권리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배정 등을 관철하는 것이 이 투쟁의 목표였다. 국회 심의 과정에 복지위와 국토위, 교육위 차원에서 일부 요구사항이 반영되었지만 최종적으로 곳간 열쇠를 쥔 기재위 문턱에 막혀 대부분의 내용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런데 기재위의 문턱보다 높은 것이 요즘에는 이 투쟁을 차갑게 바라보는 ‘민주 시민’들의 닫힌 마음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위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베일 듯이 날 선 말로 전장연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자주 본다. 오랫동안 대놓고 시위를 왜곡하고 혐오를 조장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같은 정치인과 ‘전장연 방지법’을 발의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같은 정치인들이 앞장서고 그들의 말에 동조하는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시위하면 들어줄 것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이 가장 뾰족하다. 평생을 차별과 불평등 속에 살아온 사람들을 향해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들어줄 것도 들어주지 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권력에 아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섬뜩한 불법 계엄을 극복한 민주주의의 쾌거 위에 이어지는 일상이 이렇게 불평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입술을 깨물게 된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애인은 정해져 있거든. 돌봐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애인이 아닌 거지, 우리는.”
강석희 작가의 장편소설 ‘녹색 광선’의 등장인물 윤재의 말이다. 윤재는 섭식장애로 고생하는 여고생 연주의 이모이자 지체장애인이다. 보호와 억압, 사랑과 차별이 공존하는 집에서 부모와 절연하다시피 탈출한 뒤 혼자 살아가며 연약하고 불안정한 조카 연주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윤재는 자신처럼 휠체어를 타는 연인을 지하철 리프트 사고로 잃고 일주일에 두번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나가는 사람이 된다. 일하러 나간 줄 알았다가 산발이 된 머리로 돌아온 이모를 보고 의아해하는 조카에게 윤재는 말한다.
“우리 일하는 거 맞는데? 우리는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그게 우리 일이야.”
그런 윤재가 시위에서 과잉 진압으로 병원에 실려 간 날, 연주는 되뇐다.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모가 빼앗긴 시간은, 포기해야 했던 기회는, 잃어버린 사람은, 그 모든 순간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어떻게 표현해야 정당했던 걸까. 댓글들이 말하는 민주 시민다운 방식으로 말했다면 누가 들어주기는 했을까.” 윤재는 나중에 이모가 머리를 부딪쳤다는 스크린도어를 찾아간다. “작은 금이라도 가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을 씻고 봐도 자그마한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이모의 몸에서 감각이 가장 살아 있는 곳이 머리였다는 사실이 지독한 농담 같았다.”
나는 도저히 다수를 점할 수 없는 시민들의 존재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생각한다. ‘팬덤’이 없는 전장연에 쏟아지는 댓글을 막아줄 힘이 없는 나를 절망한다. 윤석열은 감옥에 갔는데, 우리의 일상에는 소수자와 약자를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없다. 12월3일, 그러므로 나는 국회 다크투어 대신 국회의사당역 지하에서 열리는 전장연 문화제에 참석했다.
전 국회의원



녹색 광선 l 강석희 지음, 돌베개(2025)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신년 투쟁 결의대회를 하던 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장혜영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