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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 /신한은행


“과거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내려갔습니다. 지금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금리보다는 미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환율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고환율을 개인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기관 모두 해외 투자를 늘려야 하는 환경에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인 백 이코노 릴게임신천지 미스트는 2011년부터 신한은행에서 환율을 집중적으로 분석해온 15년 차 환율 전문가다. 그는 “나도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최근 흔히 쓰이는 ‘서학 개미’라는 용어는 이들을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하는 단어라고 생각해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개인 때문만은 아냐, 기업·기관도 해외 투자 확대 중
릴박스 -개인 투자자의 미국 투자 확대가 최근 고환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실제로 그런가.
“개인이 달러 매수의 주요 주체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을 좌우하는 절대적 변수라고는 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살 때도 있고 팔 때도 있듯이, 한국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을 팔고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하반기 야마토릴게임 의 경우에도 환율 상승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는 본질을 흐린 것이었다. 당시 개인이 미국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가 26억8000만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매도한 금액은 147억달러에 달했다. 당시엔 한국인의 해외 투자보다 외국인의 자본 이탈이 환율에 훨씬 압도적 영향을 미쳤다. 11월에도 그랬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 사이다쿨접속방법 매도가 97억달러로 개인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 59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시점에 따라 환율을 움직이는 주체는 계속 바뀐다.”



그래픽=이진영


-그렇다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커진 것은 사실 아닌가.
사이다릴게임“맞다. 10월 같은 경우가 그랬다. 당시 개인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68억달러를 넘었다. 이는 한국의 10월 무역수지 흑자(60억달러)를 상회하는 규모였다. 같은 달에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며 달러를 공급해 줬는데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워낙 강해 환율을 밀어올렸다. 올해 흐름을 보면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꾸준히 달러를 매수하다가, 이른바 ‘해방의 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 관세를 발표한 4월 2일을 스스로 지칭한 용어)’ 충격으로 움츠러든 4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관망세였다. 그러다 9월 17일을 기점으로 다시 매수세가 살아났다. 11월까지 하루 평균 3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미국 시장으로 향했다.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무역 흑자)보다 개인들이 밖으로 내보내는 달러가 더 많아지는 ‘수급의 역전’ 현상이 일시적으로나마 초래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한국 개인의 지난 10월 해외 주식 순매수는 약 69억달러로 무역수지 흑자인 61억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11월엔 무역수지 흑자가 97억달러로 크게 늘면서 해외 주식 순매수액인 59억달러를 웃돌았다. 11월 말에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로 미 주식 시장 휴장일이 있었던 영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 및 무역수지. 2025년 10월처럼 빨간 선이 더 높으면 개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가 무역 수지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기업과 기관은 어떤가.
“지금 달러를 사는 주체가 개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도 대미 투자를 위해 달러가 필요하고, 기관 투자자들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해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실정이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도 그랬고,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2021~2025년)를 거쳐 이번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대미 투자 압박이 더욱 세졌다. 다시 말해 개인·기업·기관의 달러 수요가 동시에 몰리는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핵심이다. 10월까지는 그나마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가 환율 방어막 역할을 해줬지만, 11월에 그들마저 대규모 매도세로 돌아서자 환율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했다.”
◇기업 달러 보유 선호, 코로나 초기와 비슷
-왜 하필 지금,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강해졌을까.
“이 부분은 단순히 환율 등락을 떠나 우리 자본시장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 ‘IT 버블’ 당시처럼 미국 주식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한국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을 지키고 불리기 위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어찌 보면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최근 구글의 첨단 인공지능(AI) ‘제미나이3’처럼, AI 혁신 기업들이 보여주는 성장성을 보며 한국에선 찾기 힘들었던 기회를 좇아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개인 투자자 탓을 하기보다는,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공하지 못한 한국 시장의 현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강하게 자리 잡은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한국 코스피가 급등한다고 해서 개인들이 빠르게 태도를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실제로 전만큼 달러를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나.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2017년이나 2020년 하반기처럼 환율 하락기(원화 강세)에는 기업들이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도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환율 급등 이후, 기업들이 불안감에 외화 예금을 늘리며 달러를 쥐고 있었던 상황과 유사한 패턴이 보인다. 수출 대금이 쌓여도 이를 환전해서 시장에 풀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수출 대금은 들어오지만, 시장에 실제로 풀리는 달러는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1400원대 환율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 정도 환율이 ‘뉴노멀’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쏠림, 혹은 위기 징후가 있는지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율도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도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다. 수급이 문제일 뿐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내 투자를 확대할 여건이 필요한데, 관세 협정 때문에 대미 투자를 늘려야 하니 사실 그렇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0월 기준금리 결정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12월 9~10일 열리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AFP 연합뉴스


◇투기 세력 ‘카운터펀치’ 어려워진 정부 개입
-최근엔 원화 환율이 엔화와 동조화되는 현상도 보이는데, 이유가 있을까.
“최근 엔화에 대한 민감도가 다시 커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확장적 경제 정책) 시절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를 이끌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정책들이 아베노믹스를 연상시키면서 엔화 가치 하락을 초래했고,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원화가 엔화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일본의 금리 정책이나 정치적 리더십의 변화가 엔화 가치를 흔들 때마다 원화도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는 상황이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면 원화 환율도 안정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달러 가치가 하락해야 맞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금리’보다 ‘성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신호가 오히려 ‘미국 증시 호재’로 해석되면서, 전 세계 자금이 다시 미국 주식 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전엔 ‘미국 금리 인하→달러 약세→환율 하락’ 공식이 통했다면, 지금은 ‘미국 금리 인하→미국 증시 상승→한국 및 글로벌 자금의 미국 이동→달러 수요 증가→환율 상승’이라는 연결 고리가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셈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금리 민감도는 낮아지고, 미국 주식 시장과의 연동성이 훨씬 강화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9~10일 열리는 미 연준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 때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채권 시장의 움직임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카고선물거래소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2일 기준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87%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며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과거처럼 투기 세력에 의한 일시적 쏠림이라면 정부가 강한 구두 개입이나 물량 공세로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실수요에 기반한 구조적이고 질서 있는 환율 상승 양상이라 상황이 다르다. 시장이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다면, 정책 당국에 강한 개입을 기대하기보다는 경제 주체들이 적응해야 할 상황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 자본을 다시 불러들일 수 있도록 근본적 매력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