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아이들이 매일 다니는 등하굣길이 불편하고 위험하다면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이게 될까요. 좁은 인도에 4천여 명의 학생들이 몰리는 탓에 아이들은 서로 부딪히고 차도로 밀리기 일쑤라는데요. 황지원 기자가 밀착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중고등학교 앞입니다.
좁은 길로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한데 뒤섞여 있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는 자전거와 부딪힐 뻔하는 아찔한 모습도 포착됩니다.
인도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급기야 차도로 걸어다니는 학생들도
발견됩니다.
▶ 인터뷰 : A 양 / 고등학생 - "거의 못 지나갈 정도로 비 오는 날에는 우산 펴면 아예 못 걸어다니고 부딪히고 그래요."
학교 측도 아이들이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지 늘 불안한 마음입니다.
▶ 인터뷰 : OO 중학교 관계자 - "사람들하고 따릉이하고 전동 킥보드들이 같이 엉켜서 다니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하죠."
같은 장소를 하굣길에 다시 한 번 가봤습니다.
▶ 스탠딩 : 황지원 / 기자 - "이 인도의 폭은 1.5미터 정도로 성인 세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꽉 차는데요, 이런 하교 시간에 누군가 넘어진다면 큰 사고가 날 우려도 있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량 옆에 차도로 내몰
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부터 횡단보도가 아닌 차량 사이로 다니는 이들까지 위험한 순간들이 잇따라 목격됩니다.
이런 식으로 주변 6개 학교에서 무려 4천여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고 있습니다.
학교는 지자체를 탓합니다.
학교 측은 지난 2021년부터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구청과 시청에 인
도 확장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
▶ 인터뷰 : 00 중학교 관계자 - "4년 전부터 계속 노력하고 있었는데 마포구청도 다 알고 있고 서울시도 알고 있고 다 인지는 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거예요. 본인들의 예산이 필요하니까…."
구청도 나름 할 말이 있습니다.
가로수를 없애고 차도 폭을 줄여 인도를 넓히려 했지만 주민 반대나 법적 기준 등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학교 담장과 맞닿아 있는 인도 폭을 확장해야 하는데 구청과 시청, 학교 부지가 인접하다 보니 소유권 분쟁 우려도 나옵니다.
▶ 인터뷰 : 마포구청 관계자 - "추진을 해보려고 하는데 만만치가 않아요. 삼각형 형태로 마포구 부지와 학교 부지가 갈라져요. 토지 사용 승낙을 해주시면 우리가 공사까지 하겠습니다, 우리 돈 들여서 했는데 학교에서는 그건 안 되겠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등교할 수 있게 등교 시간을 조정하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지만, 재학생들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실정입니다.
▶ 인터뷰 : 안성근 / 고등학생 - "화성이나 평택에서 온 친구도…. 원래 스케줄을 맞추던 학생들도 좀 빠르게 일어나야 되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사이 4천여 명의 학생들이 등하굣길에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이제라도 지자체와 학교 측이 서둘러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밀착취재 황지원입니다. [hwang.jiwon@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 그래픽 : 최지훈·이새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