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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평남 인민정치위원회 위원장 시절의 고당 조만식 선생.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이 모습이 그의 마지막 사진이다. 고당기념사업회 제공


고당 선생께서는 오산학교 시절부터 언제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스스로 국산품만을 사용함으로써 애국과 항일의 모범을 몸소 실천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당 선생은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자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굳게 믿으셨습니다. 개인이든 나라이든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면 남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당 선생의 신념은 뒷날 ‘조선물산장려회(朝鮮物産奬勵會)의 창립’으로 이어졌습니다.
고당 선생은 평안남도 평양(平壤)에서 이덕환(李德煥)·김동원(金東元)·오윤선(吳胤善) 등 70여 명과 뜻을 모아 외래품 배격·국산품 애용·소비 절약을 통한 경제적 자립운동을 전개하셨습니다. 1922년 6월 20일이었습니다. 이로부터 평양기독교청년회관에 조선물산장려회의 본부를 두고 활동을 펴나가면서, 음력 정월(正月) 보름날을 ‘국산품 장려일’로 정하고 한지(韓紙)에 쓴 “내 살림 내 것으로!”라는 표어를 앞세우고 시가행진을 펼쳤습니다. 이를 통해서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물산장려운동은 빠른 속도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으며, 지방 곳곳에 ‘물산장려회’니, ‘토산품장려 회’가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고당 선생이 평양에서 창립한 조선물산장려회가 1923년 1월 20일 유성준(兪星濬)·유진태(兪鎭泰)·이종린(李鍾麟)·이갑성(李甲成)·백관수(白寬洙)·김철수(金喆壽) 등에 의하여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창립된 조선물산장려회는 유성준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각 지방에 분회를 설치하고 활동을 전개 하였습니다.
서울의 조선물산장려회가 창립된 후 맞게 된 첫 구정(舊正) 때부터 남자의 두루마기와 여자의 치마를 토산품으로 지어 입었었으며, 일용품도 토산품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이처럼 조선물산장려회는 일반 대중들에게 외래품 배격과 국산품 애용을 통해서 나라의 경제적 자립운동을 펴나갔습니다. 이로써 ‘우리의 생활은 우리의 물품으로’ 라는 의식이 자리 잡아 나갔습니다.
이러한 물산장려운동을 지켜본 사람들은 고당 선생에게 ‘조선(朝鮮)의 간디’라는 애칭을 선물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는 고당 선생이 평양에서 조선물산장려회를 창립하여 국산품을 애용하고 소비 절약을 통한 경제적 자립운동을 전개하면서 비폭력·무저항·불복종운동으로 일본에 빼앗긴 조국을 되찾는 길에 앞장서서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인도의 민족운동지도자 마하트마 간디(Mahatma K Gandhi·1869∼1948)의 삶과 닮았다는 데에서 연유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고당 선생은 조국과 민중을 사랑하며, 오로지 잃어버린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위대한 민족지도자였다는 공통점을 가졌음에 틀림없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 ‘민족의 큰 별’, 고당 선생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하면서, 붓을 놓습니다.
권용우(단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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