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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19
조회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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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가가 있는 곳은 산 중턱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다. 지어진 지는 15년 정도 되었고, 기거한 지는 2년이 채 못 된다. 내내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했다. 쿵쿵 발뒤꿈치 소리가 울릴까. 식탁 의자 끄는 소리가 거슬릴까. 아버지에게 아파트 생활이란 뉴스를 통해 보고 전해 들은 것. 그중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과 사고. 그래서 항시 신경을 쓰고 지내야 하는 공간이었다.
그에 반해 엄마는 시스템이 주는 안전과 편리를 반겼고, 아파트 뒷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덤이었다. 가파르지 않아 걷기 수월하고, 개나리 진달래 참나리 꽃길에, 간혹 잣송이나 밤 알맹이를 주 할인반환금 울 수도 있었다. 그렇게 놀랑놀랑 걸어 올라가면 해발 200m의 산 정상. 거기서부터는 시에서 운영하는 가족공원이 펼쳐진다. 묘지들을 내려다보며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거나, 수목장 가족장 잔디장 사이사이를 거니는데, 그렇게 두 시간 남짓 묘지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어쩐지 숨통이 트이고 가뿐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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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가중평균금리 「 어릴 적 놀이터였던 공동묘지 공원으로 정비돼 아버지 모셔 쑥 뿌리 캐며 돌아오는 참배 길 산 넘으면 묘지, 삶 옆에는 죽음 」
김지윤 기자
어릴 적에는 그 산을 공동묘지 산이라 불렀다. 산 전체가 대부중개업자 무덤. 크기도 모양도 자리도 제각각인 무덤들. 어쩐지 께름직한 약수터. 어느 해인가 폭우로 사태가 났다더니 무덤들이 무너져내리고 해골이 뒤엉켰다던가. 어린아이에게 그곳은 그닥 기분 좋은 곳은 아니었다.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지금의 가족 공원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말 그대로 가족, 공원. 아늑한 조명에 정원에 호수에 벤치에. 가족들이 산책 삼아 놀 전세보증금지원 다 가기 좋은 공간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생긴 것도 가족 공원 정비와 때를 같이 한다. 오래된 판자촌. 그저 집들이 들어찬 판자촌이 아니라, 길과 집과 무덤이 뒤섞여 있는 산동네. 죽은 자들이 묻힌 공동묘지 산과 산 자들이 사는 주택가의 중간 지대. 그걸 밀고 세워진 단지다. 어릴 적 나는 공동묘지 산은 무서웠지만 그 최저 아래 산동네는 좀 좋아했다. 짝꿍이 그곳에 살아서 그랬는지, 그 애 집 가는 길 무덤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무덤을 둔덕인 양 뛰어다니며 놀기도 했는데, 이렇게 함부로 밟고 다녀도 되나 조심스러운 마음은 잠깐이었다. 그저 함께 논다는 게 중요한 시절이었으니까.
그때는 몰랐다. 그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지. 그곳에 들어가 살게 될지. 이웃과 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조심하며 살게 될지. 아버지는 그곳에서 1년을 못 넘기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산 너머 가족 공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본인은 수목장을 원했지만, 어머니가 합장을 원해 납골당에 안치했다. 자기 죽을 자리까지 생겼으니 얼마나 좋으냐 하면서. 봉안당 건물은 3층. 한 벽면에 여섯 개의 단이 있으니 헤아려 보면 18층 아파트다. 그중에서도 맨 위층에 자리 잡았다. 거기서는 발걸음을 조심하지 않아도 되려나.
어머니는 지금도 여전히 아파트 뒤 산책로를 따라 산을 넘어 가족공원 산책을 간다. 이렇게 가깝게 있으려고 이사를 했나보다 하면서. 산에 다녀왔어 라는 말 대신 아버지에게 다녀왔어 라고 한다. 그러고는 아버지와 같은 날에 들어온 이들이 열일곱이나 된다거나, 아래 칸 이는 마흔도 안 돼서 왔다거나, 건너편 마주한 이는 아버지와 나이가 같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려준다. 마치 아버지의 이웃들 사정을 살펴보고 온 사람처럼.
지난주에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에게 다녀왔다. 가는 길에 봄꽃도 보고, 아버지와 그 이웃들의 생몰년도를 살펴보다가, 오는 길에는 쑥을 캤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18층 아파트를 바라보면서. 손가락 한두 마디쯤 되는 여린 쑥을 캐 담았다. 딱 요만할 때가 맛있지. 쑥전을 부칠까 도다리쑥국을 끓일까. 생전에 도다리쑥국 참 잘 자셨는데. 내가 대신 먹을 테니 먹은 셈 치소. 딱 요만할 때가 제일 맛있는데. 더 크면 억세고 지려서 못 먹는데. 앞으로 살아서 몇 번의 봄을 더 보려나. 이리 여리고 향긋한 쑥 맛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으려나. 열 번이나 되려나. 스무 번은 욕심이려나.
미리 준비해 간 과도를 하나씩 나눠 쥐고, 쑥 뿌리를 향해 칼을 쑥쑥 집어넣으면서, 우리는 남은 봄을 헤아렸다. 그렇다면 놓치지 말아야지. 살아서 먹는 쑥국. 봄마다 먹어줘야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 봄을 함께 해야지. 나는 욕심이 나서 이왕 캐는 쑥, 한 봉다리 가득 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둘이서 한 끼 먹을 만큼, 딱 그만큼만 채우더니 그만 가자 했다.
내일 또 와서 캐면 되지. 그 말이 아버지에 하는 인사말 같았다. 오늘 재밌었어, 내일 또 만나서 재밌게 놀자. 실컷 놀다 헤어지는 어린아이들처럼. 무덤을 올라타며 놀다 헤어지던 오래전 나와 내 짝궁처럼.
쑥 봉다리를 달랑달랑 흔들고 돌아오는 길. 내내 생명이라는 단어가 입안에 맴돌았다. 이 산을 넘어 집으로. 이 산을 넘어 묘지로. 이쪽과 저쪽이 다 한 산에 있었다. 생명이란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것. 삶은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죽음이 있으니 비로소 생명인 것.
천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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