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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24
조회 :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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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모 증권사 건물의 중식당. 점심시간답게 식당 안은 북적였지만 한쪽 테이블에선 좀처럼 한 데 모이기 힘든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증권업계 사장들입니다. "미국 금융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는 우려 섞인 질문부터 "MZ 직원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그날 점심 메뉴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여의도에는 40년 넘게 계속되는 5060세대 모임이 있습니다. 가입 조건은 단순한데요. 창밖으로 서로의 사무실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여의도 모처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밥값은 돌아가면서 계산하는데 씨티은행 아파트담보대출 , 식대는 한 사람당 3만원을 넘지 않는 게 불문율입니다.
언뜻 들으면 골목 반상회인가 싶지만, 실상은 자본시장 내공 깊은 금융투자업계 현직 사장들의 모임입니다.?부국증권과 신영증권, IBK투자증권, 코스콤, 한양증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사와 증권 유관기관의 수장들이 멤버입니다.?
이 기업(기관)들의 공 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 통점은 여의도 내 같은 블록(구획) 안에 자리 잡고 있단 점입니다. 도로로 둘러싸인 한 블록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고 해서 '블록 모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포함된 기업들도 있습니다. 과거 신영증권 빌딩을 사용했던 대신증권, 이 블록과 인접한 SKS프라이빗에쿼티(SK증권 자회사) 등입니다.
증권가에서 학교와 고향, 연체이자 전 직장, 군대, 종교에서 공통점을 찾거나, 업권 내 규모별로 모이는 경우는 흔합니다. 하지만 덩치나 계열이 다른 회사들이 오직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뭉쳤단 사실이 이 모임을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여의도 '블록모임'의 시작이 된 블록. /이미지=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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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쓰고 나가면 단톡방도 끊긴다는 여의도에서 40년 넘게 모임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대물림'이라는 오랜 규칙 때문입니다. 사장들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자연스레 후임을 데려와 자리를 잇습니다. 사람은 흘러가도 자리는 계보를 잇는 셈인데요. '반장' 역할은 모임에서 가장 오래된 인물이 맡습니다. 지금은 현대 구매프로그램 SK증권 사장을 지낸 김신 SKS프라이빗에쿼티 부회장이 완장을 찼습니다.
대화 주제는 다양합니다. 직전 모임에선 "밸류업 정책의 동력이 유지될 수 있는가"를 토론하고 향후 미국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다고 합니다. 각사가 대응 중인 사안에 대한 중요 정보들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짬뽕그릇 사이로 진지한 얘기만 오간 것은 아닙니다. 자녀 교육과 소통 등 '사장'이 아닌 '부모'로서의 고민도 단골 주제입니다.
블록모임에 참여하는 한 증권사 사장은 "사장들이 먹어본 음식 중에서 값이 적당하면서도 맛있는 단골집을 기억해 뒀다가 자기 순서가 오면 그곳으로 데려간다"며 "말 그대로 인접한 이웃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어려움도 나누는 '사랑방' 같은 모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한 기관 사장은 "급변하는 자본시장 속에서 그나마 마음 편하게 터놓을 수 있는 곳"이라며 "참여하는 사장단 모임 중 가장 편안하고 재밌다"고 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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