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안 받고 살 수 있는 매물이 있는지 묻는 손님이 부쩍 늘었습니다. 재개발 구역 단독주택이나 빌라 정도인데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남은 매물 호가도 많이 올라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토지거래허가제도(이하 토허제, 잠깐용어 참조)가 본격 시행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규제를 피한 단독주택,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등 비(非)아파트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토허제 지역에서 거래가 어려워진 아파트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재개발·재건축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용산구 한남·보광동 일대 공인중개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한남뉴타운1~5구역에서 실거래된 단청주부동산시세
독주택의 3.3㎡당 매매 가격은 9200만~1억원 선이다. 가장 거래가 활발했던 2구역은 3.3㎡당 평균 1억500만원대, 3구역은 1억900만원대, 4구역과 5구역은 각각 9200만원, 9800만원대 안팎이다. 물론 면적당 가격은 총면적, 입지(권리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들 주택이 지난해 3.3㎡당 평균 7700만~86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은투자
하면 3.3㎡당 시세가 1500만원 안팎은 오른 셈이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에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한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 비슷한 시기보다는 매매가 좀 더 이뤄지고 있다”고 들려준다.
송파구 마천동에서는 권리가액이 10억1650만원인 마천4구역 단독주택 매물이 15억5000만원에주식투자실패담
‘급매물’로 나와 있다. 마천4구역 조합원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0억원 안팎에 책정돼 있지만 인근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1945가구)’ 전용 84㎡가 올 들어 15억5000만~16억47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해 웃돈이 붙어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억~14억원대에 거래됐던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전용 84㎡ 시세가 올 들어 1억~2억원가량 오르최신릴게임
면서 마천4구역에 붙은 웃돈도 덩달아 뛰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 3월 19일에는 대지권 29㎡(8.8평)인 빌라 매물이 7억5000만원에도 팔렸다. 대지권 기준으로 3.3㎡당 8500만원대인 셈이다.
서초구 방배동에서는 권리가액이 12억2000만원, 12억8000만원으로 추정되는 방배15구역 조합원 매물이 각폭등닷컴
각 23억원, 24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방배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연초 20억원 안팎에 나와 있던 매물이 최근 3억~4억원씩 올랐다”며 “이미 철거해 실거주 의무가 없던 구역은 원래도 많았던 매수 문의가 더 늘었고, 상대적으로 사업이 느린 방배15구역까지 매수세가 번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의 사례에서 등장한 용산구 한남·보광동, 송파구 마천동, 서초구 방배동의 공통점은 강남 3구·용산구에 위치했지만 단독·다가구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토허제 규제는 피해갔으며, 재개발 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라는 점이다. 행정동 단위로 지정하던 과거 토허제와 달리 이번 토허제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만 대상으로 적용됐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토허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토허제를 피해갔지만 이들 지역은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 아파트 갭투자가 어려워진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용산구에서는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한남1~5구역이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한남1구역을 빼면 한남2~5구역은 토허제 대상이 아니다. 송파구에서는 ‘강남권 유일 재개발’인 거여마천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거여동 3개 구역(거여2-1, 거여2-2구역, 거여새마을)과 마천동 5개 구역(마천1·2·3·4·5구역)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역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인 마천2구역과 마천5구역을 제외하면 송파구임에도 토허제 규제를 비켜갔다. 서초구 방배동에는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단독·다가구주택, 빌라가 밀집해 있다.
마천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토허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단독주택·빌라 거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그간 비아파트 주택 시장이 워낙 위축돼 있었고, 최근 매수 문의가 늘어난 만큼 집주인들이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동안 침체돼 있던 비아파트 시장이 조만간 회복세로 돌아설 거란 기대도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3구·용산구 주택 매매량(4월 3일 기준)은 1월 1170건에서 2월 2340건으로 두 배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도 각각 14.1%, 135.6% 대폭 늘었다. 토허제 확대 재지정이 발표된 3월(1398건)은 아직 4월 말까지 신고 기한이 남았는데도 지난해 3월(1483건) 기록을 거의 따라잡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토허제 구역을 바꿔 생각하면 앞으로 가격이 오를 지역이라고 정부가 짚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토허제로 아파트 거래가 어려워진 만큼 재개발·재건축 사업지가 새 아파트를 마련할 대안으로 부상하며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거여마천뉴타운은 행정구역상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적용되는 ‘송파구’에 위치했지만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여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구역이 많다. (윤관식 기자)



자세히 보면 연립주택·오피스텔

한남더힐 11개동 토허제 비켜가
한편, 언뜻 규제지역 ‘아파트’로 보이지만 아파트가 아니어서 반사이익을 보는 단지도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단지에 ‘연립주택’ 또는 ‘오피스텔’이 포함돼 있는 경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한남동 ‘한남더힐’ 111동 펜트하우스(243㎡)는 지난 3월 14일 175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밖에 건축물 대장상 연립주택인 한남유림빌라는 174㎡ 50억원에 거래됐다. 토허제가 시행된 지난 3월 24일 이뤄진 거래다.
한남더힐은 건축물 대장을 보면 32개동 600가구 중 11개동 83가구가 ‘연립주택’으로 분류돼 있다. 주택법에서 지하주차장을 제외한 연면적이 660㎡를 초과하고 층수가 4층 이하인 주택은 연립주택으로, 5층 이상부터는 아파트로 분류하는데 한남더힐 11개동은 고도 제한이 적용돼 3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의 아파트로 분류된 동은 토허제가 적용돼 용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 이상 실거주 용도일 때만 매입할 수 있는 반면, 연립주택으로 분류된 주택은 세입자를 끼고 ‘갭투자’로 매입 가능하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는 한 단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인 사례다. 타워팰리스1차에서도 D동은 건축물 대장상 ‘오피스텔’이다. 실제로 도곡동, 대치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갭투자 가능한 오피스텔’이라는 점을 앞세워 매물을 홍보하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물론 고급 연립주택, 오피스텔은 갭투자보다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진 시점에 토허제만 비켜가도 보다 유연하게 자금 조달·입주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점은 매력”이라고 귀띔했다.
잠깐용어 *토지거래허가제도 토지거래허가제도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주택 매수 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주택 매수자는 가구원 모두가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 모두 팔아야 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사실상 아파트 매수가 불가능한 셈이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4호 (2025.04.09~2025.04.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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