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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함영님성
날짜 : 25-10-28
조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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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전선, 정보전쟁] 미국의 대북 정보전 흑역사
1968년 북한 원산만 인근에서 나포된 푸에블로호. [중앙포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지난 9월 5일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그랬다. 2019년 미 특수부대가 김정은 감청장치 설치를 위해 잠수정을 타고 북한STX분석
에 침투하려다 실패했다는 보도인데, 깜짝 놀랐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1969년 EC-121 정찰기 격추 사건처럼 자칫 전쟁을 몰고 올 수도 있었던 미·북 정보전 흑역사가 떠올라서다. 우리 안보와도 직결돼 더욱 그랬다. 미·북 정보전 역사를 새삼 되돌아보는 이유다. 그 아슬아슬했던 서사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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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정보전은 1947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창설되면서 본격화됐다. 한반도를 냉전의 최전선으로 인식한 CIA는 소련 공산주의 확산 방지와 북한의 남침 정보수집 그리고 북한 내 스파이망 구축을 위해 월남자 중심으로 수백 명을 북한에 잠입시켰다. 그러나 살아온 자는 10% 미만일 정도로 대부분 체포되거나 처형됐다. 이처럼 초기 휴민트 정보전은 쓴맛하이스틸 주식
을 봤다. 그래서 비밀 해제된 CIA 보고서들도 한결같이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의 휴민트 정보전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전쟁 못 일으킨다’ 속내만 보여줘
인터넷신천지
미국 우드워드 소장(왼쪽)이 1968년 12월 23일 판문점에서 열린 회담에서 82명의 푸에블로호 승무원 인수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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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USS Pueblo) 나포 사건은 미국에 치욕을 안겨 준 미·북 정보전 흑역사의 상징이 됐다.
푸에블로호는 북한 동해상에서 북한의 통신망과 신호정보, 북한과 소련 태평양함대 간 교신 내용 등을 감청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1968년 그해도 일본 사세보항을 출항해 1월 22일 북한 원산만 16해리 공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북한 함정 두 척이 접근해 조용히 푸에블로호의 동태를 살피고 갔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난 1월 23일 예감은 현실이 됐다. 소형 고속함 1척이 다가와 국적을 물어 푸에블로호는 대답 대신 미국 성조기를 게양했다. 그리고 항해를 계속했다. 그러자 북한은 “정지하라. 불응하면 사격한다”고 경고했다. 푸에블로호는 “지금 우리는 공해상에 있다”며 거부했다. 국제법상 공해는 모든 선박의 항해 자유가 보장되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전투기까지 동원해 포위했다. 푸에블로호는 전속력으로 이탈을 시도했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멈췄다. 그리고 북한은 총으로 위협하며 승무원 82명과 선체를 원산항으로 끌고 갔다. 푸에블로호는 원산항으로 끌려가면서 마지막 통신을 보냈다. “엔진이 모두 꺼졌다. 무전 연락도 이것이 마지막이다.” 미 해군 역사상 미국 함정이 공해상에서 납치되는 최초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치욕을 마주한 워싱턴은 발칵 뒤집혔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전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해 종이호랑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었던 터라 더욱 격앙됐다. 1월 24일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소집한 대책회의에서 그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우선 일본에서 베트남으로 향하던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을 원산 앞바다로 급히 되돌리는 등 대규모 병력을 한반도로 집결시켰다. 이어 북한 군사시설 공습, 해상봉쇄, 비무장지대(DMZ) 일대 지상공격 등 육·해·공 군사보복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자유 투하’(Freedom Drop)로 명명된 핵무기 사용 계획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제2의 6·25 전쟁 전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82명 미국 인질의 생명, 당시 미국을 뒤덮고 있던 반전 여론, 베트남과 한반도에서의 2개 전쟁 수행에 따른 부담 등으로 미국은 군사보복 대신 협상을 통한 해결로 선회했다. 전쟁의 먹구름이 겨우 걷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월하게 풀릴 거라 예상했던 협상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간파한 북한은 일방적으로 작성한 항복 수준의 문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첫째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에 들어와 간첩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둘째 이에 대해 엄숙히 사죄하며, 셋째 다시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할 것 등이다. 미국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아 사과할 것이 없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서명 시 두고두고 미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인질 딜레마가 미국을 괴롭혔다. 그래서 미국은 정식서명 대신 ‘푸에블로호 승조원 82명의 인도를 확인한다’는 확인서로 갈음했다. 그리고 구체적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금전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후 이 협상에 대한 많은 법적, 정치적 비판이 뒤따랐으나 미국은 승무원 석방을 위해 비판과 수모를 감내했다.
푸에블로호의 아픔이 채 가기도 전에 이번에는 하늘에서 더 큰 비극이 찾아왔다. 1969년 4월 15일 미 EC-121 정찰기가 북한에 의해 격추돼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하는 대참극이 발생했다.
EC-121기도 일본 아츠기 해군기지를 이륙해 동해상을 비행하면서 소련과 북한의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 미그 21기 2대가 나타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피할 틈도 없이 EC-121기는 순식간에 격추됐다.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자신감이 생긴 북한이 소련 극동지역을 정찰하고 내려오는 EC-121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공격 한 것이다.
한·미 역할 분담 ‘휴민트 정보전’ 재개해야
1969년 북한에 의해 격추된 미국 EC-121 정찰기.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했다. [중앙포토]
미 조야는 부글부글 끓었다. 푸에블로호 이후 연이은 비극이라 더욱 그랬다. 사건 직후 닉슨 대통령이 “어떤 비난도 어떤 국제법 위반도 개의치 말고 강력한 보복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서 그 분위기가 잘 나타난다. 오후 10시에는 키신저 안보보좌관에게 북한 비행장 2곳을 시범 폭격하고, 북한이 남한에 보복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미군 증강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쟁의 먹구름이 또다시 스멀스멀 기어왔다.
그런데 CIA가 보복공격의 전략적 위험성을 강조하며 신중론을 개진했다. 제한적인 보복공격은 ‘미국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속내만 보여줘 오히려 북한에 더 큰 도발을 부추길 위험이 있고, 특히 북한 지도부가 이를 ‘미국의 패배, 북한의 승리’로 선전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을 당부했다. 이에 국방부가 공감하면서 미국은 이번에도 군사공격을 거두었다. 전쟁의 먹구름이 또 한 번 걷혔다.
대신 미국은 수모와 아픔을 참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1969년 7월 ‘푸에블로호와 EC-121기 사건의 교훈(Lessons of Pueblo and EC-121 Incidents)’ 보고서가 첫 출발이었다. 북한의 공격 의지를 과소평가한 무사안일 태도가 큰 실책이었으며, ‘이전에도 무사했으니 이번에도 무사할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이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보 위기관리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대북 정보전 방향도 위험 부담이 적은 위성·통신 정보 등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미·북 정보전 역사는 전운을 몰고 올 정도로 요란하게 지나갔다. 그러나 그 기운은 아직도 살아있다. 북한은 지금도 푸에블로호와 EC-121 사건을 대미 승리의 상징으로 선전하며 안보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3년 미 정찰기들이 북한 동해에서 정찰 활동을 강화하자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라”며 “동해상 정찰기들이 격추되는 충격적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고 위협한 것이 한 예다.
미국도 그때 교훈을 거울삼아 오늘날 대북 정보전을 비교적 조용히 이끌고 있다. 특히 1982년 북한의 영변 핵 개발 징후 포착부터 작금 대북 비핵화 제재 정보까지 한반도 안보를 드러나지 않게 뒷받침하고 있다. 정보학의 석학인 미 예일대 켄트 교수는 “성공한 정보전은 대부분 정치·외교·군사·안보 결정에 흡수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정보전도 그런 듯하다. ‘성공한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정보의 역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북한 지도부의 의중 파악을 위한 휴민트 정보전은 여전히 아쉽다. 김정은의 중·러 밀착과 2개 국가론 주장 등 의도 파악이 절실한 때여서 더욱 그렇다. 우리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같은 민족 간에는 언어·문화·정서가 같아 휴민트 정보가 좀 더 수월하다. 과거 동·서독도 그랬다. 따라서 첨단기술 정보에 강한 미국과 대북 휴민트 정보에 강점이 있는 우리가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보완할 부분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이전에 우리 안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성규 고려대 연구교수. 국가정보원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국제안보 분야에 종사했다. 퇴직 후 국내 최초로 비밀 정보활동의 법적 규범을 규명한 논문으로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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