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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천을 받아들인 남강은 북쪽으로 방향을 꺾어 마치 모자 비슷한 모양을 만들고는 법수면 악양루 앞에서 함안천과 합류한다. 함안천은 함안의 진산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이 770m의 여항산에서 함안군의 중심부를 관류한다. 함안이 남고북저(南高北低)의 지형으로 역내 하천이 모두 북쪽으로 흐르는 것은 바로 이 여항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함안 악양루에서 바라본 남강, 아래쪽은 함안천.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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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여름 여항산 일대에서는 한국전쟁의 명운을 가르는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다. 당시 낙동강 방어선 길이는 240㎞, 총사령관은 미 8군 사령관이었던 워커 중장이었다. 방호산이 이끄는 6사단은 북한군 가운데 가장 먼저 한강을 건넌 데 이어 신속한 기동으로 7월 말 마산 부근에 도달한다. 인민군 6사단은 ktf통신요금 풍부한 전투 경험을 갖춘 북한의 최정예 부대였다. 방호산 사단의 움직임을 뒤늦게 포착한 워커는 낙동강 방어 역량의 약화를 감수하고 경북 상주의 미군 24사단을 급하게 빼내 마산 방어에 투입한다. 워커 중장이 함안?마산 전투 직전인 7월 29일 예하 사단에 "끝까지 싸워야 한다"며 "Stand or die - 자리를 지키거나 죽으라"라고 명령할 정도였다.
농협 주택담보대출 주전장은 마산합포 진동·진전 일대와 함안 여항과 마산 북서부 외곽. 전투는 치열하고 처절했다. 해발 740m의 서북산에서는 19차례나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혈전이 벌어졌고 포격으로 산 높이가 낮아질 정도였다. 전투 내내 미군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갓댐잇(God Damn It, 젠장)' 때문에 산의 별명도 '갓데미산'으로 바뀌었다. 8월 1일 제주항공 에서 9월 14일까지 45일간의 함안·마산전투를 통해 연합군은 임시 수도가 있던 부산을 지켜내면서 인천상륙작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6.25 격전 함안 민안비'가 있는 여항산 별천마을에서 부산 임시수도 정부 청사까지는 거의 평탄 지형으로 80㎞ 거리이다. 낙동강 전투의 대표적 격전지로 알려진 경북 칠곡 다부동에서 부 캐피탈신용대출 산 임시수도 정부청사까지는 143㎞이다.
북한 종군기자로 동행한 작가 김사량은 서북산을 점령한 뒤 감개무량한 어조로 "바다가 보인다. 동남 쪽 끝 항구 부산항도 여기서 얼마 멀지 않으니 우리들의 귀중한 조국 땅을 고스란히 끌어안을 때도 거의 임박하였다. 저 아름다운 남해바다도 우리들의 것이다"고 썼다.
여담이지만 한국전쟁은 치열한 취재 전쟁이기도 했다. 전쟁 기간 평균 200여 명의 외신기자가 종군하고 있었고, 외신기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취재 과정에서 숨진 한국 기자는 단 1명도 없었다. 요즈음 '기레기'라고 욕을 듣는 한국 기자들은 포탄이 난비하는 전투현장 대신 안전한 후방에만 머물러 있었다.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선. /김석환
여항산 전투의 주역은 미군이었지만, 이에 버금가는 조역은 해병부대였다. 김성은의 해병부대는 초기 마산 진동 전투에서 적을 격파하고 시간을 번 공로로 부대원 전원이 일 계급 특진했다. 부대원 전원 특진은 1952년 10월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했던 국군 9사단 28연대와 더불어 6.25 전쟁 기간 단 2번뿐이다. 뉴라이트가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낙동강 전선 백선엽의 1사단도 그런 평가를 받지 못했다. 낙동강 전투에는 한국군과 미군 8개 사단이 참여했는데 백선엽은 그 사단장 8명 가운데 1명에 불과했다. 백선엽 혼자서 낙동강 전선을 지킨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개전 초기 대령이었던 그는 2년 뒤 육군참모총장이 되었고 1953년 1월에는 4성 장군이 되어 군 생활의 절반 이상을 별 4개를 달고 보냈다. 남로당 군사책임자로 검거돼 무기징역을 받았던 박정희를 구해 준 덕분에, 백선엽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장관과 대사, 국영기업체 사장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사이 일본 관동군 간도특설대로 항일 무장세력을 잔인하게 토벌한 백선엽의 친일 이력은 묻히고, 이순신급의 구국 영웅이 되었다. 백선엽이 맥아더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 낙동강을 지키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냈다는 것이다. 2023년 8월 윤석열 정부의 육군사관학교는 교내에 설치된 독립 전쟁 영웅 홍범도 흉상을 철거하고 대신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의 흉상 설치하려 했었다. 전쟁의 기억이 생생하던 시기에 포상 기록은 6.25의 최대 영웅으로 김성은의 해병부대를 지목하고 있다.
역사는 이긴 자의 것이다. TK 출신 대통령들이 잇따라 배출되면서 경북 칠곡은 나라를 구한 거의 유일한 전적지가 되었다. 칠곡 다부동 전적지에는 이승만, 트루먼과 더불어 백선엽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부산방어선을 지켜 인천상륙작전의 계기를 만든 마산 전투의 기억은 1988년 함안 여항산에 세워진 비석 정도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무엇이 진실이고 그것은 누가 담보하는가?
함안 별천마을 입구 민안비. /김석환
다부동은 종군문인이었던 조지훈의 시 '다부원에서'를 계기로 유명세를 탔다. '펜'이 '멸공'의 강력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당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전쟁의 비참함과 상흔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조지훈의 시는 충격적이었다.
"- 길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으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여항산 전투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항산 지구 전투에서 방호산이 지휘했던 인민군 6사단의 모태는 1942년 7월에 연안에서 출범한 조선의용군이다. 1930년대 중국 내에서의 한국 독립운동은 김국의 한국독립당과 김원봉의 민족혁명당의 양대 세력이 주축이었다. 당시 장제스(蔣介石)의 중국은 일본군에 밀려 난징(南京)을 잃고 패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김원봉은 장제스에게 무기와 재원을 지원받아, 1938년 10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한커우에서 100여 명의 인원으로 조선의용대를 창립한다.
이들 대부분은 조선 혁명 간부학교나 황포군관학교를 거친 간부급 요원이었다. 님 웨일즈는 <아리랑>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조선의용대의 출범 이후) 조선인의 일본군에 대한 태업도 많이 일어났다. 그들은 중국의 첩보 활동에서 매우 귀중한 부분이기도 하다. 조선인 징병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탈주하였다. 1939년 2월에는 약 7,000명의 조선인 부대가 광저우(廣州)부근에서 반란을 일으켜 일본인 장교들을 죽였다."
조선의용대의 1차 임무는 선전 활동이었지만, 젊은 대원들은 만주와 화북지역으로 이동해 일제와 직접 싸우기를 희망했다. 당시 만주에는 조선인 120여만 명, 화북지역에는 2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장제스와 마오쩌둥(毛澤東)이 손을 잡고 일본의 침략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제2차 국공합작 이후, 화북지역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이 일본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화북지역으로 떠난 조선의용대는 조선의용대 화북지대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조선의용군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국 공산당 팔로군과 함께 항일투쟁을 벌인다. 영화 <파묘(破墓)>에서 무당의 이름으로 등장한 이화림은 김구의 비서 역할을 하다 이때 화북으로 떠난 조선의용대의 일원이다. 조선의용대(조선의용군)는 일제 강점기 최후까지 가장 치열하게 일제와 싸우고 많은 희생자를 내었지만, 해방 이후 남쪽에서는 빨갱이로 몰렸고 북쪽에서는 연안파로 몰려 숙청당하는 비운의 이름이 되었다.
백선엽 동상,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 /김석환
조선의용대를 창건한 김원봉은 1942년 조선의용대를 광복군과 통합하고 임시정부 국방부장관격인 군무부장이 되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아내인 독립운동가 박차정의 유해와 피 묻은 속적삼을 지니고 해방 조국에 돌아왔지만, 1947년 4월에는 악질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검거되어 고문을 당한다. 김원봉은 1948년 김구와 함께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북한에 남았다. 최후는 확실하지 않지만 1958년 이후 북한 매체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다. 6.25 전쟁 당시 김원봉의 형제 4명과 사촌 5명은 보도연맹사건으로 총살당하고 김원봉의 부친은 감금 중에 굶어 죽는다. 군관학교와 부대 운영비 지원을 장개석 정부의 극우 비밀정보 단체인 남의사(藍衣社)로부터 받았고, 한 번도 공산당에 가입한 적이 없지만, 김원봉은 그렇게 '빨갱이'로 낙인찍혔다.
'6.25' 격전지인 함안 안민비가 세워진 마을 이름은 별천마을이다. 이태백의 유명한 시구인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별천지'는 속세에 물든 인간 세계와는 전혀 다른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뜻이다. 전쟁격전지였던 마을이 별천지라니, 천지는 역시 불인(不仁)한 것 같다.
김석환 교수.
/김석환 박사·지식 큐레이터
☞ 필자는 KNN 사장, 한국인터넷진흥원장,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고인돌과 인공지능'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언론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콘텐츠와 한국 언론기업의 문제에서부터 산업혁명 이후 헤게모니를 둘러싼 세계와 한국의 근현대사,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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