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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만용 전국부장
오는 31일 경북 경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준비 과정에서 큰 위기가 있었다.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헌법재판소가 올해 4월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기까지 총력 지원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사실상 권력의 공백 상태였다. 급한 대로 경북도에서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서 호텔, 회의장, 도로 등을 글로벌 수준에 어울리게 가꿔가던 5월엔 이철우(70) 경북지사가 암 4기 진단을 받주식동향
으며 자리를 비우고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재계에선 이 지사가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날벼락 같은 소문이 돌았다. 이러다 경주 APEC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경북 지역에 번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지사는 약 3개월 만에 현업으로 복귀해 APEC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지난 15일 경주의 엑스포대공원에 마련된 경북지사 현장 집무실에서 이 지사를 무료야마토게임
만나 APEC 막바지 준비 상황과 기적 같은 암 투병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사와 10년 만에 만났지만, 특유의 긍정적 태도와 자신감은 여전했다.
― APEC 성공을 위한 준비가 다 끝났나.
“그렇다. 우리 지방정부가 맡은 것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다. 숙소에 대해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 정상들이 묵는 PRS(증권챠트
Presidential Royal Suite) 35개를 준비하고 방 배정을 끝냈다. 각국에서 사전에 점검했는데 모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방의 공기 질까지 최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다. 도로 정비도 다 했다. 심지어 가로수까지 다 점검했다.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10월 31일 단풍이 절정을 이루도록 영양제도 공급하고 물 관리까지 했다. 내가 체크리스트 1000개를상가수익률
마련해서 직접 점검해왔다.”
― 경북 지역에서 개최되는 역대 최고 행사다. 흥행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있나.
“문화자원과 첨단기술을 융합해 세계인이 감동할 3대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 K-팝 페스타, 보문 멀티미디어아트쇼, 월정교 한복패션쇼가 그것이다. 여기에 대릉원 미디어아트, 세계유산축전, 신라문화제 등 다양한 문화천만원CMA
행사도 경주 곳곳에서 펼쳐져 APEC의 감동과 매력을 더할 예정이다.”
― 지난해 연말 계엄 사태로 인해 중앙정부 지원이 원활하지 않았을 텐데.
“6개월간 중앙정부가 공백 상태였다. 그래서 우선 경북도에서 예비비를 투입해서 설계하는 등 여러 노력을 펼쳐 제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지방자치가 아니었다면 준비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난 3월 APEC 제1차 고위관리회의(SOM1)를 경주에서 열었는데 참석자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100점 만점에 94점이라고 답했다.”
― APEC이 개최되는 타이밍이 미묘한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느냐 마느냐 했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된다고 보고 있다. 미·중 정상이 회담하면 전 세계 시선이 경주로 몰릴 것이다. 양국 회담으로 경주 홍보 효과를 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북·미 정상의 만남 등도 관심거리다.
“경주는 삼국통일로 한반도 평화를 이룬 땅이다. 이번에도 경주 APEC은 평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힘든 상황이지만 결국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 무렵 이재명 대통령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주 APEC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경주 빅딜을 성공시키고 비무장지대(DMZ)에 트럼프호텔과 골프장을 건설할 것을 제안해 보시라’고 했고, ‘만약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확실할 것이다. 대한민국 주가는 10배 올라간다. 외국 관광객 5000만 명 시대가 열려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게 실현되면 정말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따 놓은 당상이다.”
― 이번 APEC 이후 경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요즘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한국의 전통문화가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북이 한류의 원산지다. 그중에서도 경주다. 경주는 이번을 계기로 전 세계 10대 관광지로 커 가게 될 것이다. 경주가 불을 붙여서 우리도 해외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열어가고자 한다. 그만큼 경주는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 글로벌 CEO들이 대거 경주로 오는데 경북도 차원에서 투자 유치 구상이 있나.
“APEC 성공은 21개국 정상들은 물론이고, 세계적 기업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것에 달려 있다. ‘최고경영자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글로벌 CEO들을 만나 우리 기업들이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이번 APEC을 계기로 세계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행사 기간 경북이 자랑하는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해 글로벌 기업과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도록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주엑스포대공원 광장에 연면적 2700㎡ 규모의 경제전시장을 조성했고, 이를 ‘세일즈 코리아’의 장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 우리나라는 대형 이벤트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감한다. 그래서 글로벌 문화포럼을 만들려고 한다. 경제 분야에선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있듯, 문화 분야에선 영속성 있는 경주포럼이 있게 될 것이다. 이건 지방정부만의 힘으론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해서 곧 준비회의에 들어간다. 내년에 1차 포럼을 열 생각이다.”
―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현업에 빠르게 복귀해도 되나.
“다들 기적이라고 한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암 전이 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한다. 그런데 치료 후 3∼4개월 정도 지나니 암세포가 거의 다 사라졌다.”
― 비결이 뭔가.
“항암 치료 효과도 있겠지만 항암 치료만으로 이렇게 완치에 가까워지기는 어렵다. 보조치료 좀 활용했다. 암 치료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인 미국 MD앤더슨 병원의 김의신 종신교수께서는 암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8할이 환자 본인의 의지라고 했다. 나 또한 병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잠을 잘 자고 식사도 잘하게 되더라. 그리고 ‘할 일이 많다’고 생각했고, 누워 있지 않고 활동도 했다. 미국인들은 암을 감기처럼 생각하고 몸을 움직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걱정만 한다.”
―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예측하나.
“뭐니 뭐니 해도 경제다. 경제가 나빠지고 내가 살기 어려우면 여당이 이기기 어렵다. 지금 소상공인들이 난리다. 죄다 빈 점포다. 이게 뭘 뜻하겠나. 서민들의 삶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내년 6월 선거는 이재명 정부 심판의 선거가 될 것이다. 1년 안에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여당이 승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해줄 조언이 있다면.
“역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돈 몇 푼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지 큰 그림을 그리고 대형 사업을 해야 한다. 4대강 수문 부수는 일이 국민에게 무슨 득이 있겠나. 제조업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자동화로 고용 창출이 어렵다. 앞으로는 선진국답게 문화, 예술, 관광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일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 새 정부 들어 북극항로 개발이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경북 포항의 영일만항은 철강, 2차전지 등 지역 산업과 연계된 벌크화물 처리에 특화돼 있다. 그 인근에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기업이 있다. 영일만항은 그런 점에서 북극항로를 통한 자원과 에너지 운송의 직접적 수요처가 될 수 있다. 지역 대학과 협력해 극지 해양항만 전문 인재 양성에도 주력할 계획인데, 단순 화물하역 터미널을 넘어 배후산업과 극지산업 연구개발을 결합한 북극항로 전문 복합항만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이 있다.”
―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다. 도지사로서 비전이 있나.
“철강산업은 경북의 총수출 중 23.6%를 차지하는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그런데 이 철강산업이 중국발 저가 철강재의 공급과잉,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 부과, 산업용 전기요금의 급등 등 대내외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세제 지원을 확보했으며, ‘철강산업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106명의 국회의원과 협력해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녹색철강 전환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경북은 AI 기술을 접목한 수소환원제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친환경 녹색철강 산업을 실현해 지역 경제와 국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다.”
내 몸 아끼지 않고 일하며… 과감해야 할 땐 과감하게■ 이 지사의 ‘5가지 일하는 법’현장중시 등 원칙 꾸준히 지켜
이철우 경북지사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경북 김천고, 경북대 수학교육과를 나온 이 지사의 첫 직업이 중학교 수학교사였던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경북 농촌에서만 수학교사로 4년 9개월을 일했는데 배우자인 김재덕 여사도 지금은 폐교한 산간벽지 중학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교사였다.
1980년대 초반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선배 선생님의 조언으로 천직인 줄 알았던 ‘선생님’을 내려놓고 ‘별정직 7급 특수직 공무원’ 시험을 쳤다. 이 7급 특수직 공무원의 정체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정보요원이었다는 것을 시험장에 가서야 알았다. 시험이라도 봐보자는 생각에 지원했다. 그런데 덜컥 합격해 21년간 팔자에도 없는 정보요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살던 그 정보요원은 더 큰 봉사의 꿈을 꾸고 경북도 정무부지사, 3선 국회의원을 거쳐 오늘날의 재선 경북지사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머리도 우수하고 공부도 잘하나 통솔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 사람 만나는 것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 지사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어디까지나 강력한 책임감 덕분이라고 주변에선 평가하고 있다.
그에게 어떤 직업이 가장 적성에 맞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돌아보면 선생님이 제일 즐거웠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지금도 10살밖에 차이가 안 나는 환갑이 지난 제자들이 형제처럼 찾아온다. 제자들이 내 선거운동도 도와줬다”며 “경북 상주·문경시 국회의원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내 중학교 제자”라고 소개했다.
이 지사의 변신은 화려했지만, 선생님일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이철우의 5가지 일하는 법’이다. 첫째 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둘째 과감해야 할 땐 과감해야 한다. 셋째 현장을 중시한다. 넷째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는다. 다섯째 칭찬을 통해 사람을 얻는다. 듣고 보니 이 지사는 지금도 이 5가지를 실천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밤낮으로 갈아 넣다가(헌신) 얻게 된 병마와 싸우면서도 한때 중앙정부가 사실상 손 놓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위해 도의 예산을 투입(과감)하고 직원들을 독려(칭찬)하며, 1000가지 체크리스트까지 정해 현장을 직접 점검(현장·선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지사는 “나는 공직에서 일하면서 내 몸은 국가에 바치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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