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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조리학을 전공한 김혜지 씨는 20년 넘게 쌈채소 농사를 짓는 부모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농업과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가 생산한 농산물을 운송하는 일을 하다가 지금은 직접 생산한 쌈채소를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식문화 중 하나가 ‘쌈’이다. 넓은 채소 잎에 밥과 고기·양념 등을 싸서 한입에 먹는 쌈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전통 식문화다. 식탁에 오르는 쌈채소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섬유질 등이 풍부해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입맛까지 돋운다. 요즘에는 케일·적근대·로메케이아이엔엑스 주식
인·셀러리 등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기능성 성분을 지닌 다양한 쌈채소가 등장해 건강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경기 여주에서 쌈채소·허브 재배하는 김혜지 씨.
“20년 넘게 쌈채소를 재배한 부호남석유 주식
모님의 재배 기술을 전수받아 2021년부터 특수 쌈채소와 함께 와일드루콜라·딜·바질 등 허브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흔히 쌈채소로 즐기는 상추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 쌈채소 위주의 농사로 소득을 높이고 있죠. 또 연중 생산체계를 마련해 쉬지 않고 채소를 생산하고 있어요.”
경기 여주에서 남편과 함께 쌈채소 농사를 짓는 김혜지 씨(33증권초보
·싱긋팜 대표)의 얘기다. 현재 김씨가 채소 농사로 올리는 연 매출액은 1억 7000여만 원에 이른다. 짧은 농사 경력이지만 이렇듯 빠르게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은 4만 2900㎡(1만 3000평)의 대규모 채소 농사를 짓는 부모의 노하우 덕분이었다. 수막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에서는 겨울에도 채소를 기를 수 있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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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농산물 운송 맡아 가락시장 출입…경매 시세 익혀
지금은 5년 차 농부이지만 김씨는 대학교에서 조리학을 전공한 후 직장생활을 했다. 인천공항 내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자격증 전문 학원에서 강사로도 1년간 활동했다. 하지만 바리스타로서 더 이상 비전이 보이지 않자 무작정 보락 주식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2016년 고향으로 내려와 본가에서 2달간 쉬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마침 농산물 운송기사가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뒀다며 함께 서울 가락시장에 가자고 하셨어요. 몇 번 따라다니다 보니 도매시장에서 경매하는 것도 재밌고 해서 운송기사로 일할 요량이었어요. 거래업체에 트럭만 대놓으면 하차를 알아서 해줘 할 수 있겠더라고요.”
현재 김씨는 17동의 수막 비닐하우스에서 7920㎡(2400평) 규모로 농사짓고 있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모종의 70~80%를 자가 육묘한다.
그렇게 김씨는 아버지가 생산한 채소를 운송하는 일을 맡아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 틈틈이 이웃 농가의 농산물을 운송하는 일도 병행했다.
“일반 농가들은 도매시장 경매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원하는 도매법인에 생산자 신고를 한 후 경매하는 곳에 하차만 해놓으면 경매사들이 알아서 경매를 해줘요. 다만 경매가 없는 토요일 외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송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죠.”
농산물 운송기사로 도매시장을 드나들며 배운 것도 있었다. 매일 경매를 지켜보며 계절별 쌈채소 시세와 유망 품목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이를 바탕으로 김씨는 재배 품목을 전략적으로 정해 처음부터 고수익 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닐하우스 수막재배로 연중 쌈채소 생산
현재 김씨는 17동의 수막 비닐하우스에서 7920㎡(2400평) 규모의 채소·허브 농사를 짓고 있다. 케일·로메인·적로메인·근대·적근대·셀러리 등 특수 쌈채소와 와일드루콜라·바질·딜 등 허브류가 주 작물이다.
“모든 시설하우스에 2중 비닐 구조로 된 수막시설을 갖췄어요. 펌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2중 비닐 사이에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얇은 수막을 형성해 보온하는 거죠. 별도의 난방시설 없이 지하수 온도만으로 가온하는 셈이니 난방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경매가 없는 토요일 외에는 매일 직접 가락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쌈채소 시설재배는 수막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한다. 평균 660㎡(2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한 동당 시설 설치비는 1400만 원 정도 든다. 이보다 훨씬 비싼 스마트팜 시설로 쌈채소 농사를 지으려면 수익 구조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쌈채소 작기는 보통 3~4개월 단위로 이뤄진다. 현재 김씨는 파종 후 육묘까지 약 1개월, 아주심기 후 수확 시작까지 약 1개월, 수확 마무리까지 약 1개월을 잡고 농사를 짓는다.
“연중 채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체 비닐하우스를 3구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어요. 작물을 키우는 밭, 수확하는 밭, 아주심기를 위한 밭으로 나눠 운영하는 거죠. 그렇지만 여름철 고온기와 겨울철 혹한기엔 작물 생장 속도가 현저히 느려 3~4개월을 훌쩍 넘기는 까닭에 상황에 따라 작기를 조절하고 있어요.”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모종의 70~80%는 자가 육묘로 확보한다. 연중 생산에 따른 모종값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전문 육묘장에서 기른 튼튼한 모종을 구입해 재배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돌려짓기로 연작장해 극복…작기는 축적 데이터로 조절
이 밖에도 김씨는 연중 생산에 따른 연작장해를 극복하기 위해 연이어 같은 품목을 재배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작기 사이엔 시금치나 쑥갓 등 토양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작물을 적절히 재배함으로써 수확량 감소와 병충해 증가를 막는다.
“아직도 어려운 건 작기 조절이에요. 해마다 날씨 등을 고려해 수확기를 예측하고 아주심기하지만 재배 품목이 많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요. 생각보다 수확이 늦거나 빠른 경우가 있거든요. 특히 요즘엔 여름철 고온 현상이 심해져 비닐하우스 온도가 50℃까지 올라 작물의 생장이 멈추는 경우도 많아요.”
여름철에 수확한 공심채를 동결건조하고 ‘공심채 차’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최대한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면서 시설 내 온도를 낮추고 차광막도 설치하는 등 고온기 작물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지난 3년간 축적한 재배 데이터를 활용해 작기 조절에도 힘쓰고 있다. 이렇게 작기 조절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건 계절 변화에 따른 쌈채소 경매 가격차가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쌈채소는 특히 겨울철 경매가가 높아요. 수막시설이 없는 농가는 재배가 어려워 공급량이 적기 때문이죠. 또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로메인은 여름철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 물량이 달리는 편이에요. 따라서 저는 공급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어요.”
김씨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품목도 재빨리 도입하고 있다. 요즘엔 바질에 이어 와일드루콜라의 인기가 높은데, 그는 이미 3년 전에 이를 도입해 재배 중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품목 재배를 계속 시도할 생각이에요. 그것이 부가520가치를 높이는 방법이거든요. 그러면서 재배 면적을 더 늘려 대규모 농사를 짓고 싶어요. 채소 농사도 규모가 커야 승산이 있더라고요. 또 부추 같은 다년생 작물도 병행해 노동력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글 이소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