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남 통영에 있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임윤찬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임윤찬 표 한 장 구합니다.”
지난달 30일 저녁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로비. 10여 명의 사람이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나타났다. 제법 경건한 분위기를 풍기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이 한류 스타를 기다리는 공항 입국장 같았다. 이들은 올해 통영국제음악제(TIMF) 상주 연주자로 나선 임윤찬의 리사이틀 표를 예매하지 못한 사람들. 최저 3만원이던 공연 티켓은 열 배를 웃도는 35만~50만원에 암표로 풀렸다.
TIMF는 통영 출신인 윤이상 작곡가를 기리고자 2002년 출범한 음악 축제다. 올
남양유업 주식 해 행사는 역대 가장 큰 인기였다. 개막 전부터 티켓 판매 수익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었다. 2022년 미국 밴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영향이 컸다. 그의 공연이 시작됐을 땐 음악당 로비에서조차 숨소리를 죽여야 했다. 약 200명이 외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연주 소리에 집중했기 때문. 사람들은 90분 내내 선 채로 귀를
HTS수수료무료 기울였고, 공연장 밖에선 또 다른 공연장이 만들어졌다. 이번 TIMF에서 임윤찬이 선보인 정식 공연은 단 두 번. 바흐 독주회는 58초, 라흐마니노프 협연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티켓이 동났다.
임윤찬은 통영 전체에 ‘임윤찬 효과’를 가져왔다. 공연장 인근 호텔과 리조트는 지난해 말부터 문의가 쇄도해 예약이 일찌감치 끝났다. 지난달 28일
다음주추천종목 임윤찬이 청소년을 위해 무료로 연 ‘스쿨 콘서트’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통영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웠다.
“음악회가 인생 처음”이라는 산양중 이모양(14)은 “임윤찬 오빠의 다른 공연을 보기 위해 꼭 서울에 올라가겠다”고 했다. 제석초 학생들을 통솔한 교사 김모씨(45)는 “음악회가 아이들의 삶에 새로운 계기를 불러
주식박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통영국제음악당.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서울에서 차로 5시간 운전해 방문한 사람들, 수도권 등에서 버스를 빌려 통영 원정을 온 클래식 팬, 열흘에 걸친 음악제 기간 내내 매일 공
2차전지관련주 연을 관람한다는 사람들까지 그야말로 전국의 음악 애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임윤찬 공연을 보러온 이들이 다른 무대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여러 공연의 티켓이 고루 팔리는 낙수 효과도 있었다. 8개 공연을 예매한 배모씨(63)는 “TIMF가 소수 애호가만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음악을 향유할 줄 아는 ‘모든 이의 축제’가 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제음악제라는 위상에도 더 가까워졌다. 대만 등에서 온 관객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진은숙 TIMF 예술감독은 지난달 28일 개막 공연에 앞서 일본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외국인 방문객은 남는 일정에 맞춰 통영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남해를 눈에 담아가기도 했다. 김소현 TIMF 예술사업본부장은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매체에서 취재를 오는 등 (TIMF가) 아시아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의 김춘수 생가 골목에 그려진 벽화. 이주현 기자
관람객의 열정에 화답하듯 공연 수준도 높았다. 임윤찬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청중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단조롭게 들리기 쉬운 바로크 음악에서 자유로운 음량 조절로 감정 표현의 폭을 넓혀가며 관객을 무아의 경지로 이끌었다. 이번 음악제엔 상주 작곡가 한스 아브라함센의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여섯 개의 소품’ ‘레프트, 얼론’ 등도 아시아 초연됐다. 피에르 불레즈의 ‘삽입절에’, 요하네스 칼리츠케의 ‘호프만의 이야기’ 등도 이번 음악제가 아시아 첫 무대였다. 대중성과 전문성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영남 산불 등 재난 상황을 고려해 부속 행사인 통영프린지는 일정이 조정됐다. 통영프린지는 팝, 록, 재즈, 힙합, 포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티스트 82개 팀이 통영항을 비롯한 지역 명소에서 선보이는 야외 공연이다. 지난달 22~24일 1주차 공연이 열렸지만 28~30일 2주차 공연은 무기한 연기됐다.
통영=김수현/이주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