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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비(喉痺)는 보통 인후염이나 편도염을 말하는데, 과거에는 무작정 찬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과 체질에 맞춰서 보음(補陰)하는 처방을 사용했다. 이러한 처방은 지금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벼슬아치 중에 왕봉작(王蓬雀)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겉보기에는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으나, 행실이 방탕하고 여색을돈굴리기
밝히며, 술과 기름진 음식을 탐하였다.
또한 성정이 급하고 분노가 잦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얼굴빛은 늘 붉고, 체격은 풍만했으나 숨이 차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이러한 생활이 오래되자 속의 화(火)가 위로 치밀고, 음혈(陰血)은 점차 마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30세가 되던 해, 오늘의주가지수
어느 날부터 목이 붓고 소리가 탁해지더니, 삼키기조차 어려운 심한 후비(喉痺)를 앓게 되었다. 열흘 남짓 앓아누웠으나,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를 만큼 증상이 심했다.
후비(喉痺)는 목이 붓고 아프며, 삼키거나 말할 때 통증이 심한 증상을 가리키는 병명이다. 인후부의 기혈이 막혀 붓고 아픈 병증으로 오늘날로 보면 급성 인두염, 편도염, 후두jw투자클럽
염 등에 해당한다.
왕봉작은 몇몇 의원들을 불러 약재를 처방받았다. 그러나 의원들의 처방은 맛은 쓰기만 하고 복통, 설사로 도저히 복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기진맥진해졌다.
당시 의원인 장경악(張景岳)이란 의원에게 진찰을 청했다. 그 둘은 친분이 없었지만 왕봉작은 나름 벼슬을 하고 있어서 당시 명의로 소문난 증권공부
장경악에게 진찰을 청하게 된 것이다.
장경악이 왕봉작의 집에 도착해서 방 안에 들어가 보니, 그가 하녀의 등에 기대고 앉아 끙끙 앓고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눕지도 못했던 것이다. 장 의원이 도착해서 인기척을 냈으나, 왕봉작은 일어나 앉기는커녕 제대로 고개를 돌려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장경악이 진찰을 해 보니, 왕봉초생달
작의 얼굴이 푸석하고 부은 듯했으며 붉게 달아오른 듯했다. 그리고 목덜미가 앞뒤로 팽창되어 답답해 보였다. 숨소리도 거칠고 약간 숨이 차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으며 목 안의 인부가 붓고 입에는 구내염처럼 창이 가득했다.
맥을 보니 가늘고 빠르며 미약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 힘이 없었다.
다른 의원에게 처방을 받았던 바를 물으니 전부 황금, 황연, 치자, 황백 등의 약재였다. 모두 열독(熱毒)을 치료하는 차가운 성질의 약재였다.
장경악이 봤을 때는 왕봉작의 병증은 음(陰)이 상한 것인데, 계속해서 찬 약을 처방받아서 몸이 핍박을 받은 것으로 여겼다. 결국 아래는 한(寒)이 성하고, 위로는 열이 치밀어 오르는 상열하한증(上熱下寒症)이었다. 그래서 물이나 음료도 마시기 힘들고 결국 번열(煩熱)하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고통스러워했다.
장경악은 “왕선생의 증상은 너무 위태롭습니다. 어찌 찬 약을 과도하게 처방을 받았단 말이오? 만약 제가 반나절만 늦었더라도 죽었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고서는 진음전(鎭陰煎)을 냉수로 차게 해서 천천히 넘기게 하였다.
진음전은 음허로 인해서 격양되어 심하게 구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치료하는 처방이다. 맥이 가늘고 수족냉증으로 인해 위급한 상태로 지혈이 되지 않을 때 마땅하다.
허열로 인한 후비증에도 좋다. 숙지황, 우슬, 택사, 육계, 감초, 포부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 포건강이나 인삼을 가하기도 한다.
왕봉작은 장경악의 처방을 단 한 번 달인 것을 복용하고 나서 하룻밤이 지나자 목 부위가 붓고 아픈 증상이 전부 없어졌다.
장경악이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가보니, 왕봉작은 불편한 증상은 없어졌다고 하나 그 모습은 한 명의 수척한 사람일 뿐으로 전날의 위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경악은 계속하여 오복음(五福飮) 등을 몇 첩 더 처방했다. 그랬더니 오복음을 마저 복용하자 왕봉작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금 위엄있는 모습을 찾았다.
오복음은 일반적으로 오장의 기혈이 손상된 경우에 처방되는 것으로 의원들에게 ‘왕도(王道) 중에 최고’라고 칭하는 처방이었다. 인삼, 숙지황, 당귀, 백출, 감초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강을 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기혈이 동시에 허해진 증상에는 이 처방을 위주로 하고 만약 냉증이 있다면 건강, 부자를 가하고, 발산해야 하는 경우라면 승마, 시호, 갈근을 가하는데, 매우 활용도가 높은 처방이다.
주위 의원들이나 집안 사람들은 ‘설마 장경악이라도 별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지만, 이렇게 치료가 되고 나니 의심하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 탄복하였다.
이후 왕봉작은 장경악에게 “나를 다시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이 답답하고 아픈 것이 없어지니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소이다.”라고 했다. 이 둘은 이후로 막역한 사이가 되어 집안을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
후비는 단순히 열이 치밀어 생기는 병이 아니다. 음이 손상된 상태에서 한열(寒熱)이 교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작정 찬 약을 쓰거나 아이스크림, 얼음물로 냉하게 식히면 오히려 병이 깊어질 수 있다.
장경악의 사례처럼, 음을 보하고 기혈을 돌려주는 보음 처방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진음전(鎭陰煎)과 오복음(五福飮)은 음혈이 손상되어 열이 위로 치밀고 기가 허한 경우, 목의 염증과 통증을 근본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명방이었다.
요즘에도 적절한 보음제와 함께 목이 붉게 붓고 열감, 통증이 심할 때는 감길탕(甘桔湯)이나, 필용방감길탕(必用方甘桔湯), 인후가 답답하면서 끈적하고 구취, 열감, 통증이 있을 때는 청인이격탕(?咽利膈湯), 목이 건조하고 기침을 하며 쉰소리가 있으면서 만성적으로 재발할 때는 청상보하환(淸上補下丸)이 다용된다. 이러한 처방은 성대결절에 의한 목소리 질환에도 효과적이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경악전서(景岳全書)> ? 余友王蓬雀, 年出三旬, 初未識面, 因患喉痺十餘日, 延余診視. 見其頭面浮大, 喉頸粗極, 氣急聲啞, 咽腫口瘡, 痛楚之甚, 一婢倚背, 坐而不臥者, 累日矣. 及察其脈, 則細數微弱之甚; 問其言, 則聲微似不能振者; 詢其所服之藥, 則無非芩·連·梔·檗之屬. 此蓋以傷陰而起, 而復爲寒凉所逼, 以致寒盛於下, 而格陽於上, 卽水飮之類, 俱已難入, 而尤畏煩熱. 余曰: "危哉! 再遲半曰, 必不救矣", 遂與鎭陰煎, 以冷水頓冷, 徐徐使嚥之. 用畢一煎, 過宿, 而頭項腫痛盡消如失. 余次早見之, 則?然一瘦質耳, 何昨日之巍然也? 遂繼用五福飮之類, 數劑而起, 疑者始皆駭服. 自後感余再生, 遂成莫逆. (내 친구인 왕봉작이 30세 때, 그 때는 알던 사이가 아니었는데 10여일 후비를 앓아 내게 진찰을 청하였다. 두면이 부대하고 후경이 조극하며 기급성아하고 인종구창으로 심하게 아팠는데, 며칠 째 하녀에게 등을 기대고 앉아 눕지 못하였다. 맥을 보니 빠르고 미약이 심해겼고 문진을 하니 목소리가 작아 거의 힘이 없는 듯했으며, 약물 복용을 확인하니 전부 황금·황연·치자·황백 등이었다. 이는 상음이 생겼는데 다시 한량이 핍박하니 결국 아래에서 한성해져 위로 격양되었기 때문으로, 물이나 음료를 모두 마시기가 힘들고 특히 번열을 외하였다. 내가 "위태롭다. 반일만 늦었더라도 죽었을 것이다"고 하고, 진음전을 냉수로 차게 해서 천천히 넘기게 하였다. 한 번 달인 것을 전부 쓰고 하룻밤이 지나자 두항의 종통이 전부 없어졌다. 다음날 아침 일찍 가보니, 한 명의 수척한 사람일 뿐으로 전날의 위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계속하여 오복음 등을 몇 첩 쓰자 자리에서 일어나니, 의심하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 탄복하였다. 이후로 내가 다시 살게 해 준 것에 감사하여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 鎭陰煎. 治陰虛於下, 格陽於上, 則眞陽失守, 血隨而溢, 以致大吐·大?. 六脈細脫, 手足厥冷, 危在頃刻, 而血不能止者, 速宜用此, 使孤陽有歸, 則血自安也. 如治格陽喉痺, 上熱者, 當以此湯冷服. (진음전. 아래에서 음허하여 위로 격양하면 진양이 실수하여 혈이 이를 따라 넘쳐 심하게 토하거나 코피가 생기는데, 이를 치한다. 육맥은 세탈하고 수족궐냉하여 위급한 상태로 혈을 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급히 마땅히 이 처방을 쓰는데, 홀로된 양이 다시 돌아오면 혈은 저절로 편안해진다. 가령 격양후비로 상열을 치하는 경우는 당연히 이 탕을 시원하게 해서 복용한다.)
? 五福飮. 凡五臟氣血虧損者, 此能兼治之, 足稱'王道之最'. 중략. 凡治氣血俱虛等證, 以此爲主. 或宜溫者, 加薑·附; 宜散者, 加升麻·柴葛, 左右逢源, 無不可也. (오복음. 일반적으로 오장의 기혈이 휴손한 경우는 이 처방이 겸치할 수 있으니 '왕도의 최'라고 칭할 만하다. 중략. 일반적으로 기혈구허 등의 증은 이 처방을 위주한다. 따뜻하게 해야 마땅한 경우라면 건강·부자를 가하고 산해야 마땅한 경우라면 승마·시호·갈근을 가하니 사용된 곳이 매우 많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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