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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집회에서 차단벽을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구속됐다. 민주노총은 긴급히 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 구속에 대응하는 총파업 등 투쟁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이튿날인 22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김 위원장 석방을 촉구했다.

경찰은 김 위원장에게 지난 3월27일, 4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법 개악 저지’ 집회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국회 정문 쪽 담장을 넘는 등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동안 현직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것은 199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로, 모두 불법시위 혐의가 적용됐다.

권영길 초대위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3자 개입’ 권영길 초대 위원장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인 권영길 전 국회의원(통합진보당)은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5년 11월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숍에서 체포됐다. 민주노총이 정식으로 출범한지 12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1994년 6월 서울지하철노조 파업에 권 위원장이 관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재와 달리 당시 ‘노동쟁의조정법’에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존재했는데 이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1994년 6월 철도노조와 지하철노조는 변형 근로 철폐와 호봉체계 개선, 해고자 복직 등을 명분으로 6일 동안 공동으로 파업을 벌였다.

권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이 사회적 논란이 됐고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두고 “노동자 연대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거들었다. 이 조항은 1997년 노동법 개정 때 사라졌다. 권 위원장은 당시 법원에서 “노동자들에게 단결과 연대는 생명이다. 제3자 개입금지는 이를 깨뜨리는 악법 중 악법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러한 제3자 개입금지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위원장은 이듬해 보석으로 석방됐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08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0만원이 확정됐다.

단병호 3대 위원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황교안에 구속된 단병호 3대 위원장

3대 민주노총 위원장에 오른 단병호 전 국회의원(민주노동당)은 김대중정부 시절 여러 차례 구속됐다. 단 위원장은 1998년 그 전해에 있었던 ‘민주노동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었다가 1999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같은 해 8월 29일 민주노총 3대 위원장에 당선되어 2001년까지 활동했으나 2001년 8월 형 집행정지가 취소돼 재수감됐고, 만기출소를 앞둔 상태에서 28차례의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됐다. 당시 단 위원장을 구속한 인물이 바로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 부장검사)다.

단 위원장이 또 다시 붙들려가자 민주노총은 “한국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단병호 위원장이 김대중 집권 이후 세 번이나 징역살이로 내몰렸다”며 크게 반발했다. 명동성당 농성, 청와대 부근 시위, 전국단위 석방촉구 결의대회를 전개하면서 노정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단 위원장은 법원으로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혐의가 인정돼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2003년 4월 만기 출소했다.

이석행 7대 위원장. 연합뉴스

◆“미국산 소고기 반대” 이석행 7대 위원장

이석행 7대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12월 경기 고양시 행신동의 은신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위원장에게는 그해 7월부터 3차례에 걸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총파업 집회를 주도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 위원장은 7월 경찰 수배가 시작되자 서울 조계사로 피신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인사들과 장기 농성을 벌였고 10월29일 사찰을 나와 행적을 감췄다. 경찰은 이 위원장에게 2007년 6월부터 8월까지 116차례에 걸쳐 전국의 이랜드 매장 점거투쟁을 주도한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및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위한 시위는 ‘사회정의’를 위한 것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위원장에 대한 혐의를 일부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당시 이 위원장의 도피를 돕던 민주노총 한 40대 간부가 함께 도피행각을 도운 전교조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가 구속돼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상균 11대 위원장. 남정탁 기자

◆‘세월호집회 교통방해’ 한상균 11대 위원장

한상균 11대 위원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10일 경찰에 구속됐다. 한 위원장은 당초 2015년 4월 있었던 세월호 1주기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청와대 행진을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1∼4차 공판에 모두 불출석하면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한 위원장은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모습을 드러낸 뒤 이석행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조계사로 숨어들었다. 경찰은 즉각 조계사 측에 한상균 위원장의 퇴거를 요청했으나 조계사 화쟁위원회는 강제퇴거를 거부하고 “자진퇴거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경찰이 통보한 자진출석 시한이었던 12월9일을 하루 넘긴 10일 오전 스스로 조계사에서 나와 경찰에 체포됐다. 한 위원장에게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불응, 금지통고집회추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이다. 당시 경찰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적용되던 ‘소요죄’ 혐의를 한 위원장에게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2017년 5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과 벌금 50만원이 확정됐고 지난해 5월 형기 6개월을 남기고 가석방됐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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